영화 '127시간'은 주인공 아론이 미국 유타주 블루존 캐넌의 협곡에 떨어지면서 돌덩이에 팔이 짓눌려 고립됐다가 6일 만에 팔을 자른 채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고용노동부 단기 집단 프로그램에서 '취업어려움 극복하기' 과목을 강의할 때마다 아론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가 바위 틈에 떨어져 스스로 팔을 빼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배낭 속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팔을 조이고 있는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등산용 칼, 로프, 물 한 병만이 협곡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들이었다.

마치 협곡에 갇힌 듯 취업에 대한 어려움으로 무기력해진 채 자포자기 상태인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취업을 통한 성공적 삶이 아론의 탈출이라 가정해 본다면 구직자가 현재 갖고 있는 걸림돌이 무엇일까 한 번 나열해 보는 것이다. 나이·학력·무경험·무자격·육아·교통·저임금 등 자신을 실직이나 무직의 위험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색하고 적어보는 것이다. 아론은 자신의 팔이 자신을 묶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다.

로프를 이용해 돌을 들어 올리려고도 했고, 등산용 칼을 날카롭게 갈아 바위를 깎아보기도 했고, 소나기로 협곡에 물이 찼을 때 부력을 이용해 돌을 들어 올리려 발버둥쳐보기도 했다. 생각을 가다듬어 가며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적용해 봤지만 결국 모든 방법은 실패로 끝난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먼 우주에서 태어날 때부터 바위를 향해 그곳까지 달려온 듯, 바위 또한 운석에서부터 자신을 향해 날아온 듯, 필연적 운명이라고 생각됐다. 숙명이어서, 그래서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거라고 포기하려는 순간 아론은 가족들을 떠올리며 마지막 선택을 한다.

자신이 자유로울 수 없었던 유일한 이유인 팔을 자신에게서 떼어내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그 고통을 감수한다. 자해 장면이 너무 잔인해서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했지만 뭉툭 잘려나간 팔을 싸안고 그 곳을 나서는 아론에게 힘껏 박수를 보냈다. 아론은 팔을 포기하고서야 나머지 몸을 얻었다. 취업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학력이 내 전체 삶을 옭아매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격증이 없다는 게 그렇게 치명적인 걸까. 회사가 멀리 있어서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이 입사를 포기할 만한 요인이 될 수 있는가.

물론 아론이 협곡에 갇히자마자 팔을 자를 결심을 한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강구해 봤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자신은 살아남기를 희망했기에 마지막 방법으로 팔을 포기한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아론은 남은 몸 전체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내가 제거할 것은 무엇인가. 자꾸만 취업과 연결돼 그 장면이 맴돈다. 게으름이나 무력함을 잘라내는 것이 몸을 빼내기 위해 팔을 자르는 고통만큼이야 되겠는가. 사랑하는 가족과 푸른 하늘과 밝은 햇빛, 그리고 자긍심 가득한 성공적인 삶을 얻기 위해서, 나를 결박한 조건 중 무엇을 버릴 수 있을까.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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