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보니 국내 우리의 상황과도 관계가 없지 않은 듯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졌고 체면 문화가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소비문화와 만나면서 '이 정도 신드롬'이 생겨났다. '내 사회적인 지위가 이 정도이니 집도 차도 옷도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현상이다. 현재 맞벌이를 하고 있는, 한 달 월급 1500만원인 전문직 부부도 한 달 저축액은 100만원도 안 되는 집이 많다고 한다. 많은 평범한 직장인들도 '이 정도 신드롬'에 빠져 친구나 동료의 자식도 해외연수 보내고 직장 후배도 해외여행을 가는데 나라고 그들보다 뭐가 부족해서 못 하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통신 분야만 해도 20년 전에는 각 가정에 집 전화 한 대가 전부였고 아무도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삐삐가 나왔고 카폰이 나오고 이제는 온 가족이 휴대폰을 한 대씩 가지고 다닌다. 이제는 휴대폰도 모자라 많은 사용자가 월 5만 원 이상의 요금이 나오는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얼마 전 미국 시장조사 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국의 스마트 폰 보급률은 67.6%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는 세계 평균 보급률 14.8%보다 4.6배나 높은 수치이다. 10위 안에 미국, 일본은 없었다. 과연 미국과 일본의 국민들은 우리보다 소득이 낮아 스마튼 폰을 사지 못 했을까 생각해 본다. 20년 전이면 한 집의 통신료는 1~2만원이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30만원은 가뿐히 넘어 간다.
여기에 인터넷 비용과 케이블TV 비용 등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이체로 빠져나간다. 우리는 대기업이 만든 TV나 스마트폰을 쓰고 대기업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대기업이 만든 자동차를 타고 대기업이 만든 기름을 넣는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받은 월급의 대부분을 저축 없이 대기업으로 고스란히 몰아주고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서민들은 빚으로 내몰린다. 광고회사들은 우리의 심리를 연구하며 오래 된 것은 낡은 것, 나쁜 것이고 새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심리를 끊임없이 주입시키고 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우리의 알량한 월급은 계속 대기업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심완보 충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