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대의 축복
장인·장모님 회혼 기념식의 사회석에서 인삿말을 하며 자꾸 눈물이 났다. 그냥 60년을 살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결혼 이후 60년을 더 살아야 이 식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나이 먹어가며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것은 나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무슨 일은 겪지 않았으랴. 직장생활하면서 늘 긴장하였을 것이다. 많은 자녀를 키우고 결혼시키느라 심신이 고단했을 것이다. 때로는 학창시절에 품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걸 집어치우고 싶어 밤을 새웠을 것이고, 자식들을 원하는 대로 가르치지 못하여 아픈 가슴을 삭이느라 괴로웠을 것이다.
-참다보면 좋은 일이 있다
그래도 지금의 많은 젊은이들처럼 후딱 때려치우지 못한 것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어떻게든 가정을 깨뜨리지 않고 이어가기를 기도한 때문이다. 나 하나 달랑 믿고 시집 와서 이날입때까지 고생한 아내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밟혔기 때문이다. 참다보면 결국엔 좋은 일이 있을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60년이 흐른 것이다. 돌이켜보면 쏜살같이 지나간 세월이다.
모두에게 고맙고 미안한 것뿐이다. 내 힘으로 버틴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전부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남은 인생은 더 베풀며 살아야 한다. 덤으로 받은 인생을 감사하며 거저 주어야 한다. 쌓인 눈을 처음 밟고 가는 사람이 똑바로 걸어야 뒤에 오는 사람도 그 발자국을 따라 바로 걸을 수 있다. 하물며 뒤따라오는 사람이 사랑하는 자식일 때에는 더 말해 무엇 하리. 아름다운 가정의 모습을 묵묵히 보이면 자식들은 그를 본받아 저절로 훌륭한 가정을 만들어갈 것이다. 회혼식은 그런 의미였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