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혼식은 결혼한 지 6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예식이다. 결혼 20주년은 도혼식, 25주년은 은혼식, 50주년은 금혼식 등으로 이름을 붙여 기념하는 것은 가정이 그만큼 소중하므로 성실히 책임감 있게 지켜내라는 뜻일 것이다. 더구나 회혼식은 자녀 중에 아무런 사고가 없어야만 가질 수 있는 인생 최대의 축복이다. "흔들리고 깨어지는 가정이 급증하는 이 시대에, 힘들고 어려워도 꿋꿋이 가정을 지켜내신 두 분의 큰 사랑을 저희 자녀들은 머리 숙여 감사하며, 이를 본받고자 오늘 회혼식을 마련하였고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혼례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쭈글쭈글한 새 신랑신부를 같이 즐기시면서 많이 축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화환이나 축의금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대신 맛있는 점심을 준비했으니 따끈하게 든든히 잡수시길 바랍니다. 바쁘신 중에도 이처럼 소중한 시간을 내 주시어 참석해 주신 하객 여러분께 깊이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인생 최대의 축복


장인·장모님 회혼 기념식의 사회석에서 인삿말을 하며 자꾸 눈물이 났다. 그냥 60년을 살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결혼 이후 60년을 더 살아야 이 식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나이 먹어가며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것은 나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무슨 일은 겪지 않았으랴. 직장생활하면서 늘 긴장하였을 것이다. 많은 자녀를 키우고 결혼시키느라 심신이 고단했을 것이다. 때로는 학창시절에 품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걸 집어치우고 싶어 밤을 새웠을 것이고, 자식들을 원하는 대로 가르치지 못하여 아픈 가슴을 삭이느라 괴로웠을 것이다.


-참다보면 좋은 일이 있다


그래도 지금의 많은 젊은이들처럼 후딱 때려치우지 못한 것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어떻게든 가정을 깨뜨리지 않고 이어가기를 기도한 때문이다. 나 하나 달랑 믿고 시집 와서 이날입때까지 고생한 아내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밟혔기 때문이다. 참다보면 결국엔 좋은 일이 있을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60년이 흐른 것이다. 돌이켜보면 쏜살같이 지나간 세월이다.

모두에게 고맙고 미안한 것뿐이다. 내 힘으로 버틴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전부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남은 인생은 더 베풀며 살아야 한다. 덤으로 받은 인생을 감사하며 거저 주어야 한다. 쌓인 눈을 처음 밟고 가는 사람이 똑바로 걸어야 뒤에 오는 사람도 그 발자국을 따라 바로 걸을 수 있다. 하물며 뒤따라오는 사람이 사랑하는 자식일 때에는 더 말해 무엇 하리. 아름다운 가정의 모습을 묵묵히 보이면 자식들은 그를 본받아 저절로 훌륭한 가정을 만들어갈 것이다. 회혼식은 그런 의미였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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