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초부터 탄탄하고 재미있게 한자를 가르치고 싶지만 결코 쉽지 않다. 한자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인식을 줄까봐 걱정이다. 외우고 쓰기보다는 서울교육청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한글로 쓰인 한자어의 이해를 위한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 한자의 훈음(音訓)을 토대로 단어의 의미를 학습할 때 이해가 빠르고 어휘력도 신장되는 등 많은 효과를 체험하고 있다.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도, "학습내용에 절대적으로 쓰이는 한자어를 몰라선 공부도 잘 할 수 없다. 암기만 하고 유형만 파악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안중근 '의사(義士)'를 병원의 '의사(醫師)'로 아는 학생,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神社)에 대해 물을 때, '신사(紳士) 숙녀 할 때' 신사가 아니냐고 되묻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KBS의 '도전 골든벨'에서 '이비인후과'는 어떤 환자를 치료하냐는 문제에서 무더기로 탈락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골든벨에 나올 정도면 학력 수준이 꽤 높을 텐데도 이(耳), 비(鼻), 인후(咽喉)가 무엇을 뜻하는 줄 모르니 그 학생들만 탓할 수 없지 않는가. 국어사전에 실린 우리말 어휘 중 70%가 한자어이고 교과서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90%나 된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한글학회를 중심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간편한 우리말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요원하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우리말에는 한자어 어휘가 많고 생활 속에 뿌리내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초·중학교 대상 한자교육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며 한자교재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하니 서울에 국한하지 말고 전국적으로 실시, 한자교육을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우리 말·글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면서 한자를 정규과목으로 하든지 그것이 여러 사정으로 어렵다면 서울처럼 교과서 어휘 중심으로라도 한자교육을 하면 학력신장, 인성교육 등에 많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김진웅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