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충북이 통크게 시행안 무상급식이 또다시 논란거리다.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인 충북지역 자치단체들의 가난한 곳간 사정 때문이다. 무상급식의 주최인 충북교육청과도 예산 배분 문제를 둘러싸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쯤 되면 ‘치적’으로만 내세울 게 아니고 재고해야 할 문제지만 표를 먹고사는 선출직 단체장이 ‘공짜’의 유혹과 위력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충북도가 고민 끝에 전국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정부에 손을 내밀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선별적 복지에서 좌파들의 전유물이었던 보편적 복지로 전향한 박근혜정부지만 무상급식에 대해선 문제가 있음을 감지한 것 같다. 충북도내 초·중 의무교육 학생 14만88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내년도 무상급식 비용은 933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도교육청이 절반(486억 원), 도와 시·군이 나머지를 분담해야 한다. 올해의 경우 도가 186억원을, 12개 시·군이 279억원을 각각 분담했다. 재정자립도 10~30% 안팎의 충북지역 자치단체의 살림살이를 고려할 때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이같은 실정을 감안한 충북도의 국비지원 요청 발상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안전행정부는 충북도의 이같은 요구를 거부했다.



- 가난한 곳간 사정 외면


무상복지의 폭을 대폭 확대한 정부 살림도 빠듯하니 지자체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취지로 보인다. 무상급식을 시행하지 않는 지자체의 경우 지원 규모에 따라 학부모 부담이 커지거나 줄어드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쯤되면 아무리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이지만 무상급식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반 가정이라면 비어 있는 곳간 사정은 뒤로한 채 빚을 내 손님 대접을 하는 것인 데 쫓겨나기에 적격이다.공짜 급식에 대한 폐해는 곳간 탓만 할 때가 아니다. 가장 먼저 급식의 질 저하로 인한 식사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포퓰리즘에 능한 정치인들은 무상급식을 국가가 학생들에게 베풀어야 할 의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제한적 무상급식을 할 경우 아이들간 열등감 조성 등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밥과 우유 맛이 없다고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우유를 집으로 가져가 개(犬)를 살찌우는 상황에서 무상만을 고집하는 건 정책 결정자의 양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무상 복지병’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유럽의 국가들도 부모의 재정 능력에 따라 선별적 무상급식을 하는 현실이다.


- 선별적 급식 전환 필요


나머지 예산은 교육시설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 정치인은 오로지 ‘선택’만 받으면 된다는 사고일지 모르지만 위기 상황이 초래되면 결국 그 책임은 국민의 몫으로, 그것도 무상의 최대 수혜자가 돼야 할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 때도 무상을 운운할 것인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짜급식의 폐해를 바로잡자고 섣불리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인은 없을 것 같다. 애국적 사고를 지닌 정치인이라할지라도 낙선의 두려움은 상존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렇다면 먹고살만한 애국적이고 양심적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교육현장에선 예산부족으로 겨울엔 난방비가, 여름엔 냉방비가 없어 아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데 왜 부자들에게까지 ‘공짜’를 고집하느냐고. 그래서 양질의 ‘착한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해보자.



/이광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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