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ㆍ구리 등 국제시세 폭등 여파

니켈과 구리 등 주화의 기본 소재로 쓰이는 비철금속의 국제 시세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100원과 50원짜리 동전의 금속 소재 가격이 액면 가격을 추월하는 '멜팅 포인트' 돌파 현상이 발생했다.

10원짜리 동전도 몇 년 전부터 소재 가격이 액면 가격을 추월함에 따라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동전의 크기를 대폭 줄이고 기본 소재를 알루미늄으로 대체한 새 주화를 발행했다.

10원 주화에 이어 현재 유통주화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는 100원짜리와 50원짜리 주화마저도 소재 가격이 액면 가격을 추월함에 따라 동전의 크기와 소재 변경 등의 검토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은행과 조달청 등에 따르면 니켈 25%, 구리 75%의 합금 비율로 제조되는 100원짜리 동전 1개의 무게는 5.42g으로 이 가운데 니켈이 1.355g, 구리가 4.065g 포함돼 있다.

50원짜리 동전은 니켈 12%, 구리 70%, 아연 18%의 합금 비율로 제조되며 1개의 무게는 4.16g으로 이 가운데 니켈이 0.4992g, 구리 2.912g, 아연 0.7488g이다.

이들 금속 가운데 가장 값비싼 니켈의 경우 런던시장(lme) 가격이 2005년말 t당 1만3천372달러에서 2006년말 3만4천25달러로 급등한데 이어 이달 초에는 다시 5만2천150달러로 폭등했다.

구리의 가격도 한때 t당 9천달러선을 위협하다 다소 진정세를 보였지만 최근 t당 7천392달러를 나타냈으며 아연은 t당 3천436달러에 거래됐다.

조달청이 이달 12일 기준으로 비축물자 중에서 실수요 제조업체와 중소기업 조합 등에 판매한 니켈의 t당 가격은 5천353만1천원이었으며 전기동(구리)이 789만원, 아연이 384만원이었다.

조달청의 비축물자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100원짜리 동전의 소재가격은 개당 104.6원에 달하며 50원짜리 동전은 개당 52.58원으로 모두 액면 금액을 능가한다.

주화 소재 가격이 액면 금액을 추월하는 현상은 '멜팅 포인트(melting point) 돌파'라고 부르며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이론적으로는 동전을 녹여 추출한 금속을 판매해 얻는 이익이 동전의 사용해 얻는 이익보다 커지게 된다.

따라서 발권 당국은 소재 가격이 액면 금액을 웃도는 현상이 고착화하고 그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 동전의 소재를 좀 더 값싼 소재로 대체하거나 동전의 크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경기 활황세를 보이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비철금속의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해당 금속의 가격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한은이 머지 않아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그러나 "소재 가격이 액면 가격을 추월했다고 해서 당장 해당 주화를 녹여 금속을 추출하는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일 동전을 녹여 상업적 이익을 얻으려면 대량으로 동전을 수거하고 이를 녹여 정제하는 설비를 갖춰야 하고 여기에 정제 비용 등을 따지면 현 단계에서 별로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비철금속 소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주화의 소재 가격이 액면 가격에 대등한 수준을 보이거나 추월하는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공통적 이슈로 부상했으며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비싼 소재 가격 때문에 적정 수요 만큼의 주화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달청 가격을 기준으로 한 500원짜리 동전의 소재 가격은 148.61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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