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의 텃밭에는 우리의 옷감을 만들 수 있는 모시, 삼배 나무가 하늘을 찌르듯이 빼곡히 들어차있고 그 속에는 작은 새들이 둥지를 틀어 번식의 보금자리가 되었으며 무더운 여름이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휴식처로도 이용되었다. 생각해보면 삼나무는 각선미가 뛰어난 훌륭한 자태를 과시하였고 어느 어떤 것도 제멋대로 생긴 것이 없고 가지런히 치솟아 오른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대마초(大麻草)라는 것이 그늘진 곳곳에서 일부 사람들이 즐기다 환각된 상태에서 얘기치 않은 사회무리를 유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옷감을 제공해 주는 삼잎이라는 사실에 믿기지 않는 의아함을 느끼게 한다. 아름다운 장미에도 가시가 있듯이 삼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옷감을 만들 수 있는 원료를 채취하는 목적 외에는 다른 것을 탐하지 말라고 경고를 망각하고 저지른 탐욕의 벌이다. 그러나 철없던 어린 시절 이곳저곳에 늘려있는 삼배 잎사귀를 주워서 어른들의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내면서 겁 없이 피워보곤 하였지만 어떤 반응도 별다른 환각상태에 빠져든 일이 없었던 것으로 보면 어떤 제조과정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육신을 감싸고 보호하는 신토불이의 의류인 삼배 잎이 그토록 무서운 환각무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는 약간의 쓴맛이 감도는 아쉬움이 있다.
삼을 채취할 때면 이곳저곳에 수많은 삼배 잎이 나뒹굴게 디고 그러한 삼잎이 어떤 마약의 원료가 된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커다란 가마솥에 삼대를 삶아서 실의 원료인 껍질 벗기는 일을 이웃이 함께 모여 날이 밝아오도록 밤새워 오순도순 질삼일을 해야 하는 정겨운 농촌풍경이 오늘의 삭막한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향이었고 지금은 느낄 수 없는 지난날의 아름다운 삶이 살아 숨 쉬고 활기찬 생동감이 솟구치는 푸른 희망의 세월이었다.
모시적삼에 삼배 합바지가 우리 고유의 의류로 자리 잡고 안정과 사랑이 풍만하던 시절이 그리운 것이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