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게이를 포함한 세 명의 노숙자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그러했고 마지막에는 왜 이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천년여우'도 제목과 내용 사이에 뒤통수 치는 괴리감이 있었지만 곤 사토시 감독은 이번에도 특유의 개성(?)을 발휘했다. 원제가 '도쿄 갓 파더(god father)'인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 이브 쓰레기더미에서 버려진 아기를 발견한 노숙자 셋이 아이의 부모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노숙자가 주인공이고 그 중에 성적 소수자와 아버지를 홧김에 칼로 찌르고 도망쳐나온 10대가 포함돼 있다는 설정부터 '49번가의 기적'류의 크리스마스용 영화들과는 '삐딱선'을 타고 있음을 눈치채게 하지만 이후에도 영화는 예측불허의 코스를 걷는다. 적어도 '어디서 본 듯하다'는 인상은 주지 않아 신선한데 또 그만큼 상당히 낯설다. 처음에는.

도박 빚에 딸과 아내를 버리고 거리로 나선 중년의 긴과 엄마가 되고픈 게이 아저씨 하나, 집 나온 10대 반항아 미유키는 티격태격하면서도 희한한 대안가족을 형성하며 살아간다. 이들의 모습은 경제대국 일본의 그늘을 상징한다. 얼마 전 "주먹밥을 하나만 먹고 싶다"는 일기를 남기고 굶어죽은 채 발견돼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던 한 남성의 사연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 영화는 죄의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일본 젊은 세대의 모습과 가난한 외국인 이민자들이 연루된 조직폭력배 전쟁, 도박에 빠져 망상에 걸린 자들의 모습을 주인공들의 여정에 차례로 등장시킨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책 없이 세기말적인 무드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 실소를 머금게 하는 상황을 배치, 암울한 화면에서 숨 쉴 구멍을 마련한다. '슬램덩크'류의 일본 만화에서 만날 수 있는 과장된 표정과 몸짓, 두 눈에서 분수처럼 뿜어내리는 눈물 등도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그뿐. 영화는 실사로 대체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굳이 찾자면 스토리가 도저히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마저도 작품 전체에 흐르는 사실적인 현실 풍자로 인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물의 설정은 발칙했고 그들의 여정은 규격을 벗어났다. 하지만 신파와 통속이 큰 줄기를 이루는 스토리에서 기적을 만날 확률은 적다.

12세 이상 관람가,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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