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프랑스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하다. 차분하면서도 인간의 행태를 은근히 꼬집으며 유발하는 웃음과 진지한 삶에 대한 성찰을 코미디로 포장한 이 영화는 미국 영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다즐링 주식회사'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소개됐으며 올해 뉴욕 영화제 개막작, 런던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보인 일명 '영화제용 영화'다. 일부러 찾아서 보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영화라는 뜻. 3개관에서 개봉하기에 일반 관객이 쉽게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철없는 남자들의 소동극이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준다.

앤더슨 감독과 자주 호흡을 맞추는 오언 윌슨이 이번에도 출연하며 애드리언 브로디, 제이슨 슈와츠먼, 앤젤리카 휴스턴 등이 뭉쳤다. 앤더슨 감독은 '러시모어' '로얄 테넌바움'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등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작품을 선보이며 상업영화와는 한 발짝 떨어진 비주류 영화에서 두각을 보여왔다.

1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세 명의 미국인 형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들의 성격을 통해 삶을 대하는 갖가지 태도를 훔쳐볼 수 있으며, 맥없이 철로를 벗어나 길을 잃어버리는 기차는 때로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생의 단면을 생각하게 한다.

명품으로 휘감은 삶을 살다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난 맏형 프랜시스의 느닷없는 부름으로 둘째 피터와 막내 잭이 인도 '다즐링 주식회사'의 기차에 오르게 된다. 아이가 생겼다는 이혼한 아내의 말에 더욱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피터와 자기의 어린 시절을 말도 안되는 소설로 옮기는 잭은 형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도 모른다.

아버지의 유품인 여행가방 11개를 각자 잔뜩 짊어지고 나타난 형제들. 삶을 다시 보려는 프랜시스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은 어머니를 찾아가려고 한다. 어머니는 히말라야 오지의 한 수녀원에 있다.

이들은 좁은 기차 내에서 계속 사고를 친다. 세 형제 중 두 명은 반드시 한 사람을 '왕따'시키며 우애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잭은 여승무원과 화장실에서 섹스를 하고, 피터는 독사를 사서 기차 안에 들여와 문제를 일으킨다.

기차가 느닷없이 철로를 벗어나 이상한 곳에 당도하기도 하는 등 이들의 여정은 만만찮다. 급기야 기차에서 쫓겨난 세 형제는 길을 걷던 중 강물에 빠지려는 아이들을 보고 몸을 던져 구한다. 그러나 아이들 중 한 명은 끝내 목숨을 잃고 이들은 외딴 마을에서 벌어지는 장례식에 참석하며 새로운 세계와 만난다.

시끌벅적한 코미디가 아닌 상황과 캐릭터가 만들어낸 웃음이 자연스럽다. 어른이 돼서도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형제가 조금씩 삶의 진정성에 눈을 떠가는 과정이 흐뭇하다.

팁.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호텔 슈발리에'라는 제목의 12분짜리 단편이 소개된다. 잭과 잭의 여자친구, 단 두 명만 등장하는데 여자친구가 나탈리 포트만이다. 그는 과감히 누드를 선보인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cgv상암ㆍ용산ㆍ강변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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