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이기섭ㆍ충남지방경찰청 경사

얼마전 모 대학교 학생회에서 정신지체자를 보호하고 있으니 가족을 찾아달라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적이 있다.

현장에 나가보니 10대초반의 정신지체자 소녀였고 이 아이는 거의 언어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이소녀의 가족을 찾기위해 최초발견지 주변 식당 및 상가와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에 들어갔고, 아이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관내 전체에 가족찾기 수배를 하였다.

혹시나 싶어 관내 사회복지계 담당공무원에게도 등록된 장애인중에 이 아이가 있나 싶어 문의를 해봤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관내 장애인중 특히 정신지체 장애인에 대한 관계기관의 관리체계이다.

최소한 정신지체자에 대한 사진촬영과 전산입력 등을 통해 보호자 및 연락처등을 전산화 하였다면 이 아이처럼 길을잃은 지체아를 등록되어 있는 사진과 인적사항을 통해 쉽고 빠르게 찾을수 있었을 것임에도 그런 기본적인 조치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것에 놀랐다.

결국 2시간을 넘게 인근 4개 동네를 탐문해서야 겨우 이 소녀의 가족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날수 있었고,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낼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소녀의 부모도 정신지체를 보이고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하여 주소와 연락처 그리고 이 소녀의 사진을 촬영한 후 인계하였다.

지구대로 돌아오는 길에 가슴한켠 안타까움과 죄송함이 밀려왔다.

아직도 이 사회의 저편에서 소외되어 있는 그들을 생각하니 잠시나마 신고당시 귀찮스럽게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관계기관은 실종자가 아닌 현재 거주자에 대한 사진촬영등 정신지체자의 체계적 전산관리와 경찰과의 공동 전산망 연계 등 평소 이들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하여 이들 보호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