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민족의 신앙이며 뿌리

4000년 전 우리나라에서 벼농사를 처음 시작한 이래 쌀은 단순한 먹 거리의 의미를 뛰어 넘어 우리 민족의 신앙이고 화폐이고 정신적 뿌리였다. 정성껏 준비한 쌀 한 그릇과 정한 수는 가족의 건강과 소원을 비는 정갈한 제물 이었으며 집안의 뒤울안에는 성주단지를 만들어 놓고 해마다 햅쌀을 갈아 담아 넣으면서 풍년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기도 했고 10월 상달 초사흘 날에도 어김없이 햅쌀로 떡을 해서 조상과 추수에 대한 감사와 온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했다. 또한 쌀은 민족의 화폐로서 작용을 톡톡히 했는데 우리의 조상들은 쌀을 팔아 의식주를 해결한건 물론이고 쌀이 재산의 전부였기에 마을마다 쌀을 사러 들어오는 장사꾼들이 있었고 장날이면 쌀 봇짐을 메고 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1960년도에 쌀 1말에 1,000원이었는데 그 당시 서울강남의 땅값이 평당 1,000원에서 1,200원을 했다고 하고 서울 사립대학들의 등록금이 25,000원에서 30,000원정도였다고 하는걸 보면 쌀값이 어느 정도였다는 것은 짐작이 갈 것이다. 이처럼 우리민족의 신앙이며 뿌리로 화폐로 민족의 얼과 함께 해오던 쌀은 급격히 밀려온 산업화와 통일벼의 개발로 쌀자급화를 달성하고 식문화 개선으로 쌀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천대받기 시작한다. 매년 남아도는 쌀의 보관비로 몇 백억을 날려야 하고 급기야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게 되면 보상금을 주는 쌀 직불금 제도가 도입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더더욱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 논 면적은이젠 몇 년 뒤를 예측하지 못하고 계속 줄어만 가고 있고 벼 재배의 특성상 물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물 부족으로 벼농사를 포기하는 지역이 세계적으로 많은 면적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심화 되어 간다는데 그 심각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저지른 실수(환경 오염)에 의해 점점 우리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사태는 1kg을 생산하는데 2,000리터의 물이 필요한 벼농사에서는 치명적으로 다가 오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천대 속에 찾아올 밝은 미래


금후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에 의해 식량이 턱 없이 모자라게 될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는데 쌀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우리가 먹고 있는 자포니카 계통의 쌀은 전체 쌀 생산의 1/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의 동북3성에서 재배되고 있다. 하지만 최대 생산지인 중국의 동북3성은 이미 많은 면적에서 물 부족으로 인해 옥수수로 재배 작목이 바뀌고 있고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도 마찬가지로 물 부족으로 벼농사를 포기하는 면적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처럼 매년 경지면적이 줄어들면서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는 쌀의 수요는 과연 어떨까? 우리는 중국과의 FTA를 대비하여 중국의 쌀을 걱정했는데 이는 우리와 같은 단립종 쌀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은 세계 제2의 쌀 수입국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중국은 베트남과 파키스탄에서 260만 톤의 쌀을 수입하면서 나이지리아에 이어 세계 제2의 쌀 수입국으로 등극하였으며 올해는 300만 톤을 넘어 설 것으로 보여 세계 제1의 쌀 수입국이 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또한 현재 쌀 수입 세계 1위나라 인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는 이제 눈을 뜨기 시작했고 거의 대부분 나라들이 쌀이 주식이지만 물 부족 현상으로 벼농사를 할 수 없는 실정이기에 아프리카의 쌀 수요는 해를 거듭 할수록 늘어 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껏 밀가루를 주식으로 해온 미국을 비롯한 미주 국가들의 식문화에서도 밀가루 보다는 쌀이 웰빙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소비가 늘고 있고 아시아에서 이민 온 다문화 민족들도 쌀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어서 이곳에서의 쌀 소비는 계속해서 늘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례로 월남 쌀국수를 체인으로 하는 전문식당이 전 세계를 무대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햄버거 대신 밥버거 전문업체가 생기면서 체인점들이 늘어만 가고 있는 점만 봐도 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쌀을 원료로 하는 막걸리와 민속주의 인기, 과자·국수·빵까지 쌀 가공 식품들을 대기업에서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쌀의 미래를 짐작으로도 알수 있을 것이다.


-식량안보 측면에서 보존과 발전을


이처럼 불 보듯 뻔한 쌀의 미래를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 우선 벼농사를 식량안보 차원에서 보존하고 중시해야 한다. 금후 쌀 산업의 완전 개방을 위한 후속조치도 마련하고 대응해야 한다. 쌀의 질로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쌀도 세계시장에서 뒤질게 없으며 태국을 비롯한 주요 쌀 수출국가 들도 단립 종 재배를 늘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더욱더 고품질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장립 종에 비해 차지고 쫄깃하지만 소화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보완하는 품종 개발도 박차를 가하여 세계인이 모두가 좋아하는 쌀을 생산한다면 우리가 먹고 남는 쌀은 수출도 가능한 시절이 곧 돌아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산업화 이후 줄곧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한 쌀이 과거 명성을 찾을 때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기후변화와 인구증가 등의 요인으로 야기될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사태는 총성 없는 전쟁인 식량전쟁을 야기하게 될 것이며 쌀이 인간이 소비하는 전체 칼로리의 1/5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곡식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절대 식량부족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의 벼농사 대책이 시급히 수립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윤명혁 청원농기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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