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조동욱 충북과학대학 교수

지난 추석 본가에 갔다. 비록 본가가 서울이어서 아늑한 맛은 없을 지라도 역시나 고향에 갔다는 것이 얼마나 정겨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추석 하루 전 날 형수님들이 추석 음식 장만을 조금 일찍 마친 후 경기도 장흥에 모두들 밤 따러 갔다. 연로하신 어머니께서 얼마나 밤을 잘 까시는지 한참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는 길에 코스모스 가득 찬 집에 들러 저녁 식사함께 하니 이게 세상사는 맛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음 날 온 가족이 아버님 묘소에 성묘 가서 기도를 하는데 지금 까지 지낸 온 것을 생각하며 어머니께서 홀로 되신 세월이 길으셔서 그런지 하염없이 우셔서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것 같다. 성묘 마치고 바로 청주로 내려오지 않고 그렇게 막내아들이 가고 싶어 했던 63빌딩 수족관을 갔는데 아마 서울 사람들은 다 모인 것 같았다. 수많은 인파 속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아이들 보호하느라 진땀을 흘린 것 같다. 서둘러 저녁 사먹고 청주 오니 밤 11시가 다 되었다. 어머니께 잘 왔다고 전화 드리고 다음 날 오전까지 늦잠을 잔 것 같다.



폐는 근육이 없다



그 후 어머니에 대해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10월 중순 어느 날 속초 놀러 가신다는 전화가 오셔서 잘 다녀오시라고 했다. 문제는 속초 다녀오시고 터졌다. 감기 증세가 있으시다고 하셔서 동네병원을 다니셨는데 갑자기 악화되시어 대학병원으로 옮기셨다. 문제는 천식을 늘 달고 다니신 호흡기 질환이 있으신 분이신데 천식뿐 아니라 폐렴에 이것이 폐혈증으로 발전하여 고열에 가슴 답답하시다고 하시면 위험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어 병원에서긴급조치등을 취하고 나 자신도 하루에도 몇 번씩 서울과 청주를 오가며 오가는 차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아니 천만다행히 그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시고 안정을 취해 가시는 중이신데 지난 추석때도 건강하셔서 걱정을 안 하다가 얼마나 놀랐는지 난생 처음으로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껏 울어본 기간이기도 했다. 호흡기 질환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새삼 알게 해 준 계기였다고 하면 그 막간에 작은 소득을 얻었다고 위안 할 수 있을까. 사실 의학적으로 폐는 근육이 없어 자기 스스로 움직이질 못한다. 결국 폐를 감싸고 있는 갈비뼈와 횡격막이 움직여서 폐가 호흡하도록 해 주는 것이 호흡의 원리이다. 결론적으로 횡경막과 갈비뼈가 제 구실을 못해 주면 호흡이 끊기게 되는 것이니 횡격막과 갈비뼈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그래서 성악을 전공한 우리 집사람이 노래 할 때 '노래는 호흡이다'고 하면서 횡경막을 울려서 그 아름다운 고음의 소리를 만드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민초들을 생각하라



이제 19일이면 향후 5년 동안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대통령 선거가 있게 된다. 금번처럼 많은 분들이 출마 하신 적도 없는 걸 보니 애국자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난다. 그것도 자기 돈 써가면서 이리도 많은 애국자들이 출현하니 얼마나 복 많이 받은 나라이며 백성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들이 복이 많다고 하는 것에 모두들 쉽게 동의 하지 않는다. 돈 벌자고 자식 성공시키자고 무리수를 둔 후보도 계시고 의리를 무덤에 매장 시킨 신 분, 뭐 장사도 아닌데 틈새시장을 노리시는 분등 여러 가지로 그다지 좋은 평들이 안 도는 것 같다. 폐는 근육이 없어 횡경막과 갈비뼈가 움직여 주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스스로 호흡이 가능하다고 살아 온 결과 이리들 되신 것 같지 않나싶다. 살아 숨쉬기 위해서는 폐 스스로는 근육이 없음을 모르고 살아 온 세월들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고들 계신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횡경막과 갈비뼈가 바로 민초들이다. 어느 분이 되실지 모르지만 당선 후라도 갈비뼈와 횡격막을 잘 인식하여 이를 소중히 여기시며 호흡하셔서 좋은 나라 만드실 분이 선택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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