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충북지역 한 시민단체가 실시한 지방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청주·청원 주민 408명과 충북도·청주시·청원군 의원 3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의정 활동 평가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주민 59.6%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잘했다'는 응답은 20.9%에 불과했으며 '못했다'는 응답(19.5%)도 적지 않았다. 반면 의원들은 절반이 훨씬 넘는 64.9%가 '잘했다'고 자평해 주민들의 평가와 대조를 이뤘다. '못했다'는 응답은 8.1%에 불과했다. 이는 지방의회가 주민의 실생활과 거리를 두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자신들의 뒷모습은 보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방의회가 가장 개선해야 할 분야로 주민들은 의원의 전문성 강화 25.4%, 주민 의사 대변기능 강화 25.2%, 유능한 정치신인 참여기회 확대 24.4% 등을 꼽았다.


- 시민들, 지방의회 평가 부정적


하지만 의원들은 인사권과 예산권의 권한 확대로 지방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0.5%를 차지했고 전문성 강화가 32.4%로 그 뒤를 이었다. 지금의 권한과 기능으로는 집행부를 견제 감시할 수 없어 못했단 말인가. 할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특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의정 활동 중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주민과 의원 모두 지방정부의 사업이나 정책에 대한 평갇검증·정책 대안 제시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정확한 답변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한가. 청주시의회를 들여다보자. 틈만 나면 터지는 집행부 공무원들의 부정 비리 실정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복마전’으로 전락했음에도 시 의회는 제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물론 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지만 의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걸렀을 수도 있는 기능이 작동되지도, 그럴만한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되래 소속 당으로 갈려 무능하고 부패한 집행부를 편드는 충견 역할을 하느라 막말이 오가는 추태를 보였는가 하면, 부당한 시정을 바로잡기 위해 저항하는 동료 의원을 응원해 주기는 커녕 딴지를 거는 저급한 의원들도 있었다.


-일부의원 의정활동 충실 존재감 지켜


그나마 일부이긴 하지만 혈세낭비와 부정을 막기 위해 사비를 들여가며까지 의정활동에 충실한 의원들이 존재하기에 불신받는 지방의회의 자존심을 지켰다. 사회적 약자와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삶의 현장을 직접 찾는 의원들도 있었다. 청주시의회 최충진 박상연 황영호 최진현 의원 등이 바로 ‘착한 주민의 대변자’다. 이들은 롯데마트 인허가 과정의 의혹에서부터 옛청주연초제조창 매각 비리 등 부패 냄새가 나는 현장을 찾았으며 집행부에 송곳 질의로 파행 행정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또한 관광성 해외연수를 반납한 채 불볕더위에 일손부족으로 고생하는 농촌들녘을 찾거나 급식 봉사자와 청소부가 되어 주민들의 고충을 손수 체험했다. 지방의회의 순기능이 바로 이런 것인데 잇속챙기기나 무지함으로 집행부 공무원들의 상전 노릇만하는 의원들 때문에 도매금 취급을 당하니 안타깝다. 더구나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의원이나 ‘멍게(멍청하고 게으름)’의원이 받는 연간 의정비(4000여 만원)는 같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혹시 내 지역 의원은 ‘멍게의원’이 아닌지 살펴보자.



/이광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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