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을 맞은 세종특별자치시 의료시장에 대학 병원들 간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은 비록 인구 10만여 명의 미니 광역 도시지만 중앙부처 이전이 완료되면 명실공히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도시가 되기 때문이다. 상징성도 있는 데다 지리적이나 교통여건을 고려할 때 사업성이 뛰어나다. 가장 먼저 세종시에 진출한 것은 충남대병원이다. 이 병원은 지난 3월 세종시 남부권인 대평동 옛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세종의원 문을 열고 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종의원에는 24시간 진료하는 응급팀 내과팀 외과팀 등 3개 의료팀이 설치돼 있다. 이 병원은 하루 평균 방문환자가 1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대병원은 2016년 개원을 목표로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 충남대 서울대, 세종시 병원 개원


서울대병원도 가세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세종시 구 도심권인 조치원읍 평리 옛 연기도서관에서 세종시립의원 개원식을 열고 본격 의료서비스에 들어갔다. 내과·산부인과·정형외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응급의학과 등 6개 과목을 진료한다. 의료진은 진료교수 등 의사 12명과 간호사 7명, 보건 관련 직원 7명 등 49명이 배치됐는 데 이름 값을 하듯 세종시민을 물론 인근 대전 등지에서 환자들이 대거몰리고 있다고 한다. 두 병원은 향후 진료과목과 진료시간, 의료인력을 확대하는 등 의료서비스 경쟁에 더욱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의료 관련 대학도 세종시에 속속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세종시와 대전보건대는 지난 3월 세종캠퍼스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전보건대는 2018년까지 세종시 연서면 기룡리 일대 36만㎡에 캠퍼스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 대학은 간호·보건학과 중 학제 자율화에 따라 4년제로 전환하는 학과를 세종캠퍼스에 우선 개설할 계획이다.


- 충북대는 세종시 접고 오송에 신약시험 병원 건립 예정


이와달리 국립 거점대학 병원인 충북대병원을 비롯한 도내 보건의료 관련 대학들의 세종시 의료시장에 대한 시각은 다르다. 충북대병원은 세종시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산업으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세종시에 병원을 건립하는 대신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설 오송에 신약 시험 병원을 건립해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질병관리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정부에 사업비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물론 이 계획이 성사 돼 신약개발에 성공한다면 세종시에 입주한 병원들이 진료행위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엄청난 규모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또한 세종시와의 인접성을 감안할 때 의료의 질을 높인다면 환자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음은 물론 환자 유입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충북대병원은 이같은 계획이나 예측이 빗나갈 경우 대학병원으로서 위상 추락과 함께 경쟁력 약화라는 위험을 간과해선 안 된다. 병원 브랜드 가치를 따지더라도 환자 유입은 쉽지않은 경쟁임이 분명하다. 병원측 주장대로 세종시와의 거리가 승용차로 20분 거리인 만큼 환자가 올 수도 있지만환자를 빼앗길 수 있다. 문제는 경쟁력인 데 지역 여론은 긍정적이지 않다. 정부가 세종시에 입주하는 대학과 종합병원에 부지 매입과 건축비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신중히 고려해야할 사항이 아닌가 싶다.



/이광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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