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ㆍ이스라엘 이야기


가자에 띄운 편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정치와 역사의 혼란 속에서 이제는 자동기술처럼 나열되는 모순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 증오와 원한에 걸친 경계를 오가는 이메일로 풀어보는 이야기다.

2003년 9월 9일, 예루살렘의 어느 카페에서 일어난 자살폭탄 테러를 계기로 씌어진 이 책은 이스라엘 소녀 탈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사는 나임사이에 오가는 이메일로 풀어본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래된 역사와 민족 분쟁 속에서 작가는 오로지 문학의 힘으로 두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모순을 풀어보고자 탈과 나임이라는 두 청소년을 창조해낸 것이다. 이것은 두 세계를 고르게 겪어본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에 무작정 증오의 바다 저 너머로 유리병 편지를 보내서 소통의 실마리를 마련한다는 설정이 가능한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자살폭탄테러처럼 두 세계 사이의 관계를 원하지 않는 세력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을때 문학만이 가장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팔레스타인인들이라는 복수에서 나임이라는 한 사람에게로, 이스라엘인들이 아닌 탈이라는 한 사람에게로 다가가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어느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순진한 영혼을 가진 탈을 빌어 유리병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세계를 공정하게 보려고 하는 작가의 시도가 눈에 띈다.

나임은 자신의 세계를 너무 막연하게 바라보는 듯한 탈의 순진함에 침묵을 지키고자 하지만 스스로 자살폭탄테러 속에서 개개인의 목숨과 바꿀 만 한 이념에서 해방되고자 한다. 그리고 탈은 역사상 가장 피를 많이 흘린 20세기에 태어난 자기들이 이제는 민족과 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어느 세계가 더 강한 지 보여주는 삶이 정당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진정한 질문과 실마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이렇듯 작은 시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어느덧 오랜 분단을 겪고 있는 우리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정치와 경제가 앞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문학의 힘으로, 그 바탕을 이루는 사람과 사람, 여기 나온 탈과 나임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진 청소년들이 인터넷이라는 비현실 매체를 통해 가장 현실에 가까운 평화를 만들어내는 순간을 떠올려 보게 한다.

나임탈과의 교류를 통해 저주받은 가자를 떠나 자유로운 세계에서 새로워지려고 하는 것처럼 이스라엘 내부에서 평화와 정의의 움직임이 더 크게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지만 어찌 보면 다른 세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탈과 나임 같은 영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종수 (시인·청주 참도깨비 어린이 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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