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10여 년 동안 학력은 여전히 고졸이었지만 업무성과 경력을 통해 승진했다. 이력이라는 것이 취업 문을 두드릴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관리직에 있으려면 학력이 필요조건임을 절감해 공부를 시작했다.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할 때마다 그 기준은 3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내 모습이었다. 그냥 지나온 발자취를 적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을 미리 예견하고 이력서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이력서로 지금은 직업 소개업 회사의 대표자로 일하고 있다. 때로는 이력이 너무 화려해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정년을 맞고도 여전히 노동력이 남아도는 베이비붐 세대, 대졸 청년은 물론 경력 단절 여성들까지 고급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많다. 반면 남아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가 감당해야 할 3대 기피업종이다. 워크넷이나 구인 정보지가 넘쳐나도록 사람을 구하지만 가겠다는 이는 거의 없다. "내 이력에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느냐?",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생산직을 매칭시켜 주는 것은 심하지 않으냐", "그 정도 급여로 일하기보다는 차라리 집에서 놀겠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허드렛일이 시시하다면 시시한 일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이 더 시시하다고 느껴야 하지 않을까. 능력에 걸맞는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능력 이하의 일을 성취한 이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성취를 통해 한 줄 늘어난 이력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최상의 자리까지 오르는 것이다. 이력이 너무 낮거나 너무 높은, 두 가지 경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현실에 맞는 선택 밖에 없다. 내게 맞는 이력으로 지금부터 오르든지, 다시 내려갔다가 새로 오르든지. 이제는 일의 귀천보다 일이 있고 없음이 더 중요한 시기다. 어떤 이력서가 유리한지는 취업문을 통과하고 나서 물을 일이다.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