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어진 불운에 울었던 부 위클리(34.미국)가 17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버라이즌헤리티지 최종 라운드에서 기적과도 같이 두 차례나 연속된 행운을 누리며 감격의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위클리에게 우승컵을 가져다준 것은 선두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던 17번(파3), 18번(파4)홀에서 연속된 두 번의 칩인이었다.

15번홀까지 3타차 선두를 달리다가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불안했던 위클리는 17번홀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리는데 실패한 뒤 두 번째 샷마저 그린을 놓쳤지만 12m짜리 칩인 파를 성공시켜 한숨을 돌렸다. 홀이 보이지도 않는 포대 그린이었기에 안도감은 더없이 짜릿했다.

행운도 잠시, 위기는 또 찾아왔다. 18번홀에서도 세 번째 샷조차 그린을 놓친 위클리는 이번에도 러프에서 시도한 10m짜리 칩샷을 그대로 성공시키면서 파를 지켜냈다.

뒷조에서 위클리를 맹추격한 엘스는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무용지물, 연장 승부의 기회는 잡지 못하고 1타차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위클리는 만약 18번홀에서 보기를 했다면 어니 엘스(남아공)와 연장전을 벌여야 했다.

위클리는 "17번홀에서는 프린지까지만 보내려고 했는데 바람이 볼을 계속 보내준 것 같다"면서 "투어에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일인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너무나 드라마틱한 일"이라면서 두 번의 행운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듯 몸서리쳤다.

엘스는 위클리의 잇단 칩샷 성공에 대해 "다시 보기 싫은 장면"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위클리에게 행운만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난달 혼다클래식에서 우승 퍼트나 다름없었던 90㎝짜리 퍼트를 놓쳐 4명이 겨루는 연장까지 끌려갔다가 결국 우승컵을 날리고 말았다.

또 같은 달 앞서 열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는 경기 중 동반 플레이어가 그린에서 친 볼이 깃대가 꼽힌 홀을 향하자 벌타를 받지 않도록 도우려고 깃대를 황급히 뽑았다가 오히려 2벌타를 받는 `선의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1997년 프로에 데뷔한 위클리는 2002년 pga 투어에 처음으로 진출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밀려난 뒤 네이션와이드투어를 전전긍긍하다가 작년 상금 랭킹 6위로 pga 투어 카드를 다시 확보했다.

위클리에게는 97만달러의 상금과 향후 2년 연속 투어카드,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 획득의 `대박'이 불운과 행운의 우여곡절 끝에 찾아온 셈이다.


ⓒ 연합뉴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