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나이 이순(耳順)에 다시 지휘봉을 잡은 60대 감독들이 프로야구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4연승으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sk 와이번스와 흩어졌던 '부산 갈매기'를 모으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으로 여전히 3강으로 꼽히는 한화 이글스는 모두 60대 베테랑 감독들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팀.

5년 만에 현역에 복귀한 데이터 야구의 선구자 김성근(65.sk) 감독을 비롯해 각각 한국시리즈 2회 우승에 빛나는 강병철(61.롯데), 김인식(60.한화) 감독은 수십 년 간 산전수전 겪으며 터득한 승리 노하우를 앞세워 40, 50대 젊은 감독과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해까지 862승(810패)을 올렸고 강 감독이 859승(950패), 김인식 감독이 803승(829패)으로 뒤를 잇고 있다. 김 감독과 강 감독은 시즌 중 개인 통산 900승 돌파가 점쳐진다.

'옛날 야구'로 회귀했다는 비판도 일부 있지만 이들은 감독으로 선임한 세 구단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가 속에 성적 향상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10월 sk 사령탑에 부임한 김 감독은 근 6개월 간 '지옥 훈련'을 진두 지휘하며 체질 개선에 앞장 섰다. 젊은 선수들이 김 감독의 훈련을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한 점이 눈에 띈다.

선수 간 치열한 내부 경쟁을 유도한 끝에 sk는 선수층이 한 층 두터워졌고 초반부터 '뛰는 야구'로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sk의 팀 도루는 22개로 현대(1개), 한화(2개)에 비해 월등하다.

간판 선수 이진영, 이호준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박재상, 김강민 등이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고 정근우, 최정, 박정권 등이 간판 스타로 성장해 팀 분위기를 밝게 이끌고 있다.

2년 재계약이 끝나는 강 감독의 선전도 돋보인다. 롯데에서만 두 차례 우승을 일군 '롯데 전문가' 강 감독은 '만만디'라는 별명을 버리고 올해 독하게 변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해 부임하자마자 팀 성적이 5위에서 7위로 하락한 게 큰 부담이 된 강 감독은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었기에 역시 내실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포수 강민호, 내야수 정보명, 외야수 이승화 등이 투타에서 급성장했다. 지난해 타격 3관왕 이대호와 거포 펠릭스 호세가 건재한 타선은 지난해보다 한층 나아진 느낌. 롯데의 팀 타율은 무려 0.303이고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9득점이나 했다.

에이스 손민한이 이끄는 마운드도 현재까지 좋은 점수를 받고 있어 전체적으로 어설픈 실책만 줄인다면 롯데가 올해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믿음의 야구'로 팀을 이끄는 김인식 감독은 현재 마무리 구대성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탓에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3강을 형성할 정도로 전력을 탄탄하게 다져놨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침체했던 다이너마이트 타선도 조만간 기지개를 켤 예정이고 유현진, 문동환, 정민철이 버티는 선발진도 수준급이어서 올해도 한화 강세가 지속할 여지는 충분하다.

2005년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고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이끈 김 감독이 올해는 그보다 높은 우승에 도전한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젊은 감독 못지 않은 체력을 바탕으로 지략 대결을 펼칠 60대 노감독들이 시즌 내내 파이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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