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은 60조 개의 세포가 모여서 조직과 기관을 만들고, 각종 신경계와 내분비계 활동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또한 사람 몸에서는 약 100조 마리의 미생물이 더불어 살아간다고 한다. 대부분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세균이지만 때로는 유해한 세균이 우리 몸을 해치기도 한다. 평소 해로운 세균은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작동하여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유해세균이 지나치게 활동하면 감염병에 걸렸다고 하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면역요법을 쓰기도 하고 세균을 죽이기 위해 항균제와 약품이 쓰인다.

100조 마리의 세균은 항생제와 같은 약물 내성인자를 만들어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어주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 간 접촉에 의해 세균을 교환하고 내성도 확대해가는 특성이 있으며. 약물의 종류나 양이 많을수록 내성인자를 더욱 빠르고 강하게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약물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양만큼만 투여하여 내성인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약물 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은 약을 필요로 할 때 약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 동안 사람들은 약물을 너무 많이 남용했고 실제로 내성균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의약품 처방제이다. 사람의 경우 의약분업과 동시에 처방제가 시행되었는데 벌써 13년이 지났다. 그간 항생제 판매율은 39% 감소했고 내성율도 상당히 낮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폐렴구균의 경우 페니실린 내성이 74%에 이르는 등 아직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한편, 1980년도 한국의 1인당 육류소비량이 11.3㎏이었는데, 작년에는 44㎏으로 늘었다.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축산 분야에 사용하는 동물용 의약품도 되돌아 볼 때가 되었다. 가축에게 생긴 약제내성 역시 가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축산물 소비를 통해 사람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침 8월부터 동물용의약품 처방제가 실시되었다.

그동안 항생제와 성장촉진제의 무차별적 사료 첨가를 금지했으나 이번에 체계적인 법 정비를 통해서 전면 시행하게 된 것이다. 중요 동물용 의약품 97종은 반드시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시행 초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예상된다. 수의사는 직접 동물을 진료해야만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고, 소비자(축산농가)는 과거처럼 약품을 쉽게 구입하지 못하는 것이 양자가 모두 불편한 이유다. 약품 처방제는 인류의 미래를 함께 해야 할 중요한 미생물자원으로부터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다. 우리 가족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를 위한 제도이니만큼 작은 불편을 감수하고 이기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건강한 동물, 건강한 국민들이 있어야 건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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