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차례 청주에서도 국정원의 선거 개입 규탄 집회가 지하상가 입구에서 열리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시작하는 촛불집회에는 시민단체와 민주당, 시·도의회 의원들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집회가 열리는 길 건너에는 연초제조창 건물 불법매입 6억6000만원 뇌물사건을 규탄하는 1인 시위가 눈에 띈다. 한 달째 시청 정문 앞 시위는 언론에 보도도 되고 있는데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는 벌써 두 달이 다 돼도 지역방송사의 카메라와 기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제지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10만 명이 모이자는 촛불집회 광고가 인터넷에 떴다. 지난주 3만 명이 소라광장에서 국정원 규탄 집회를 열었고 지방 도시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일을 시작한지 6개월이 되도록 말하지 않고 있다가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기록물에 대해 언급하며 "사초증발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앞으로 중대한 일들이 어떻게 포장 되고 왜곡되는지 보여주는 서막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시청광장에 국정원 불법선거 개입 규탄 촛불이 몇 만 명씩 모여도 국민들은 모르고 있다. 외국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지상파 방송3사와 신문은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청주의 언론과 방송도 마찬가지다.

시내 구도심 중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은 언급도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눈치 보고 있다가 촛불의 발언과 집회가 커지면 그때 가서 생색내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나보다. 지난 6일 오전 11시 민주화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청주제일교회 '밀러' 관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충북노회 목회자들의 국정원규탄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MBC와 지역 기독교방송이 카메라를 들고 나와 취재하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기도 했으나 지역 일간지 기자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도시 같으면 기자들이 경쟁적으로 앞 다퉈 보도했을 것이다. 다만 알려지지 않은 작은 인터넷신문 기자와 방송인이 참석했다.

국가 부정부패가 극에 달하고 원전비리수수 등이 조사대상이 되고 KT&G 본사 재조사에 들어가고 과거 이명박 정권이 검찰조사 대상이 되고 있는 때 죄 없는 대부분 시청공무원들이 도매금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오늘은 이 일을 말하지 않으려 한다. 이미 정도를 넘어선 청주시청 부패공무원들의 사건이 매일 터지고 있으니 시민단체가 만들려 하는 감시단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잘 한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 5자회담을 들고 나온 것은 현 시국의 엄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박근혜 정부의 꼼수에 불과하다. NLL 사건으로 득을 볼 것이라 생각해 국정조사를 흐지부지한다면 국정원과 박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분노의 저항을 받을 것이다.



/김창규 목사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