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청 이래 최대 독직 사건인 옛 청주연초제조창 매각 비리를 비롯해 금품수수, 업무과실, 허위보고 등 잇따라 터진 비리로 ‘복마전’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청주시의 감사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그렇지 않고서야민선 4기까지 2~3년에 한 번씩 실시된 충북도 종합감사에서 10~20명 안팎이던 문책 요구가 민선 5기 들어 선 33명, 48명으로 급증했겠는가. 비 바람이 몰아쳐도 제 자리를 떠나지 않는 허수아비는 곡식을 지키는 데 그보다도 못한 것 같다. 한범덕 시장은 이런 감사부서에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강도 높은 공직비리 대책 주문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엔 전문성도 검증되지 않은 시민단체와 연계한 대책기구 마련안을 내놓았다. 대책위가 구성되면 앞으로 문제가 있는 사업과 관련된 부서 공무원은 시민단체로부터 감사형식의 조사를 받게 된다. 오죽했으면 그런 처방까지 내놓았겠느냐만 공무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한 채 죽을 맛이다. 비록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겠다는 뜻은 알겠지만 잘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발표한 충북도의 감사결과는 신뢰회복을 위한 마지막 숨통마져저 끊어버린 꼴이 됐다. 무려 118건의 문제점이 적발돼 직원 48명의 문책을 요구받았다.


- 청주시 문책요구 공무원 급증


한 시장 입장에서 같은 당(민주당)소속의 이시종 지사가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사실 그대로 발표한 것에 서운함도 없지 않겠지만 청주시 공무원들 또한 너무 지나쳤다. 어떻게 직원단체 상해보험 부적정 등으로 34억원의 혈세를 낭비해 추짚감액 등의 조치를 당하는가. 그동안 검찰과 경찰에 적발돼 사법처리 됐거나 수사중인 사건 외에도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주요 부정사례를 보면 세금이 투입 된 곳이면 비리가 저질러지거나 무능한 직무수행으로 세금을 도둑질 당했을 정도다. 청주권 광역매립장 확장사업 기본계획수립 및 설계용역을 발주하면서 1억 2500만원을 과다계상하고 통합정수장 현대화사업과 관련해서도 불가피한 사유 없이 수의계약을 추진, 18억1800만원의 관급자재를 구매했다. 장송 식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가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중앙로에 장송을 심어 고사시켜 1억8000만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이밖에도 각종 공사와 사업을 특정업체에 수의계약하거나 유가보조금 부정 수급이 의심되는 데도 정기 조사를 하지않아 세금을 축냈다. 시 산하 재단 상임이사 채용 과정에서도 특혜를 저질렀다.


- 감사기능 마비 인적쇄신 화급


반대급부 없이 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할 리 만무할텐 데 만약 수사로 확대된다면 어떡했는가. 이쯤되면 단순 부정 비리를 넘어 총체적 부실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아무 곳이나 뒤져봐도 온통 비리 투성인데 복무 감시 기능을 가진 감사담당관실은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는 점이다. 마치 16명의 인력이 모두 눈을 감고 있었던 것 같다. 이쯤되면 거창한 대책을 세우느고 호들갑을 떨게 아니라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나치다할 수 있겠지만 집에 도둑이 들어도 짖지 않는 개(犬)와 무엇이 다르다할 수 있겠는가. 긴 장마와 폭염으로 보신탕집이 문전성시를 이루는바람에 애견가들이 속상해하겠지만 갈 곳은 정해져 있어 보인다. 인적쇄신이 화급(火急)하다.



/이광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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