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담배에 대한 논란은 뜨겁다. 금연운동의 '맹장'인 서울대 의대 박재갑 교수가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청원'을 보내기도 했고 대학입학 전형 때 비흡연자 우대 제안, 담배 판매 금지 법안 입법청원 등을 통해 지속적인 금연운동을 펼쳐왔다. 그는 담배를 '독극물'로 단정했다. 이런 독극물의 판매를 허용한다면 국가가 국민에게 사기를 치는 것과 다름없다고까지 했다. 더욱이 담배는 마약보다 중독성이 심하기 때문에 "국가가 국민들을 담배 중독에 빠뜨려 놓고 한 해 7조원의 세금 수입을 올리는 것은 마약장사로 떼돈을 버는 조직 폭력배가 하는 짓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담배를 가장 좋아했던 사람 중 하나인 중국의 임어당(林語堂)은 담배를 '니코틴 부인'이라 칭하며 "니코틴 부인에 대한 충성을 끊으려고 애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담배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약 400여 년 전인 광해군 때로 추정된다.

남쪽에서 왔다고 해서 남초(南草)라 불리다가 신비한 약효가 있는 것으로 인식돼 남령초(南靈草)로도 불렸다. 술처럼 사람을 취하게 한다 해 연주(煙酒), 차(茶)처럼 피로를 해소시켜 준다고 해 연초(燃草), 차(茶)처럼 피로를 해소시켜 준다고 해 연다(煙茶)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담배는 민간에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이렇듯 담배는 우리를 마냥 유혹한다. 담배는 상식적으로는 그야말로 암적인 존재, 백해무익한 해악의 대명사로 불문가지이다. 따라서 요즘은 금연에 대한 화두가 흡연 욕구보다 강하게 다가오고 흡연자는 미개인 취급을 받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담배는 권위와 멋의 상징, 만병통치의 위엄과 영예를 지니고 있었다. 과거, 악인지 독인지 생각지도 못하던 시절 담배의 거침없는 유혹은 시공을 초월하고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았으며 예언가들의 담배 예찬은 가히 종교적 엑스터시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실제 생채기를 담뱃가루로 감싸고 구충제를 대신했다는 옛 어른들의 증언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장죽이 됐든, 곰방대든, 시가든, 궐련이든 권위와 존엄의 상징으로 남성미를 부각시켰다는 긍정의 수사도 유효했다. 그러나 잠재된 해악이 과학에 의해 드러난 지금, 담배의 위상은 너무나 초라하고 비참하다. 이제는 호불호의 기호적 선택도 용납되지 않을 뿐더러 고단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정신적 자양분 및 멋과 문화를 만들어 준다는 순기능의 분리의식도 부질없다. 어디를 가나 금연구역과 과태료 부과라는 경고문이 도열해 있다. 버스정류장에도, 지하철 역사에도 '담배꽁초 투기 단속'이라는 현수막까지 나붙어있다. 이제 애연가들은 반론과 소명의 기회도 없이 '길 위의 범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쯤 되면 본인은 물론 이웃을 위해, 자존심을 걸고 담배와의 전쟁이라도 불사해야 되지 않을까.



/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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