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가 장마와 가뭄, 무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위도 더위려니와, 전력사정마저 좋지 않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멀쩡한 에어컨을 두고도 국가적 절전에 동참하고자 선풍기 두 대를 샀다. 한 대는 미풍과 강풍이 있는 평범한 것, 다른 한 대는 '수면풍'이다. 바람 세기가 자동으로 조절돼 스스로 세졌다 약해졌다 한다. 그 앞에 앉으니 잠이 저절로 올 것만 같다. 더위야 때가 되면 저절로 물러날 일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앓고 있는 병리현상은 모두의 깊은 자성과 치유의 실천을 필요로 한다. 그래 숱한 불일치로 더위를 앓고 있지 않나 싶다. 툭하면 말 뒤집기를 밥 먹듯 하는 정치인의 언행불일치나 사명감 부족한 작가들의 필행불일치 또한 그러하다. 후자의 경우 독자와 만나는 기다림이 없어도 문인이라는 자긍심과 뿌듯함을 만끽할 수 있음에도 게을리 하는 경우일 것이다.

사이비 종교인 또한 기행불일치의 삶을 살고 있는 성 싶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직책에서 불명예 퇴진하는 경우는 불행하다. 가문을 욕되게 하는 망사지죄(罔赦之罪)일 것이다. 공직자의 청렴에 관한 사전이라 할 수 있는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는 "청렴은 공직자가 지녀야 할 본연의 의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공직수행에 있어 멸사봉공 정신으로 청렴을 좌우명으로 하고 있는 청백리들도 많다는 것은 국민을 기쁘게 하고 편안하게 한다. '동몽선습'은 공직자가 항상 마음에 둬야 할 세 가지를 권하고 있다. '청렴, 신중, 근면'이다. 그런가 하면 '경행록'에서는 "만족할 줄 알면 즐거움이 따르고 재물을 탐하면 근심이 뒤따른다"고 했다. 이 모두 공직자들이 명심해야 될 명언이 아닐까 싶다. 중국 송나라 육구연은 상산록을 통해 "청렴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봉급 외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떠날 때는 한 필의 말(현재 퇴직금)로 만족하고 깨끗하게 귀향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직원들과 혈육과도 같은 정을 나누는 사람, 과학이나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동료들의 시름까지 달래 줄 의지가 있고, 산소 같은 정신적 기둥으로 만인의 공감대를 형성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언제 봐도 매사에 파안대소하고, 모양도 빛도 색깔도 없지만 언제나 향기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얼마나 교양을 쌓고 수양을 해야 인간다운 인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청렴한 공직자를 보면서 내 삶에 있어서 가장 귀중하고 찬란한 보석을 통째로 얻는 듯하다. 그는 너와 나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천지인(天地人)이 하나가 됨을 보여주는 초인과도 같은 사람일 것이다. 오늘도 가마솥 같은 무더위기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렇게 무더운 날, 인간적 향기로 가득한 공직자들이 있는 한 이 사회는 정화되지 않을까 싶다. 하여 오만불손한 이 땅의 권력자들이 자성할 수 있다면,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무더위를 무난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김정렬 수필갇충북도 식품의약품안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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