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저수지 방면으로 산책을 가다보니 길가에 풀이 무성하다. 지난해까지 길섶에 칸나,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 갖가지 꽃들이 반겨줘 활력소가 됐는데 웬일인지 올해는 잡초와 가시넝쿨이 삭막하다. 아침에 본 신문기사 중 '보이지 않는 국화(國花), 무궁화'를 읽고 많은 공감과 우려를 했다. 평소에 필자도 우려했던 과제를 신문에서 다루고 문제 제기를 하니 그래도 다행스럽다. 아무리 살펴도 벚나무는 많은데 '나라꽃 무궁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이곳의 도로, 공원, 산책로는 새로 개설했는데도 말이다. 그나마 국립 청주박물관 방면에는 무궁화가 좀 있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안타깝다. 마침 68주년 광복절 무렵인데도 무궁화에 너무 무관심하고 푸대접한다.


-무궁화 삼천리


돌이켜보면 80년대 무렵엔 무궁화 사랑을 많이 했다. 근무하는 학교마다 무궁화동산을 만들고 학생들과 함께 잡초를 뽑으며 교정에서 무궁화를 그리고 글짓기를 했던 것도 지금 생각하니 자랑스럽다. 실제로 1983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정부가 2300만 그루가 넘는 무궁화를 보급했지만 현재까지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한다. 무궁화 보급과 바르게 가꾸기 운동을 40년 넘게 해 온 무궁화 전문가 김석겸이란 분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고 큰 감동과 존경을 보낸다.

무궁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책을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도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퍼뜨린 '눈병과 부스럼이 옮고 벌레가 많이 꼬이는 나쁜 꽃'이라고 믿는 사람이 너무 많아,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어느 나라 국화인데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할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인데 보기 어렵고, 벚꽃 축제는 많은데 무궁화 축제는 드물고 잘 알려지지 않는 실정이다. 주객이 전도됐고 어처구니없다. 벚나무는 예부터 우리나라에 있는 재래종도 많지만 벚꽃을 보면 어딘가 일본을 상징하는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애국가의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처럼 방방곡곡에 정성껏 가꾸고 사랑해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무궁화를 긍지를 가지고 만나야 하는데…….


-나라 사랑, 무궁화 사랑


청원군 미원면 미동산수목원의 무궁화 동산, 경북 경주시 외곽에 가로수로 사랑받는 무궁화 등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앞으로 정부가 앞장서 무궁화를 전략적으로 많이 심고 가꿔야 한다. 늦었지만 관련법을 제정해서라도 의무적으로 심고 가꿔야 한다. 가로수, 공원, 학교, 관공서, 회사, 아파트 등 모든 곳에 널리 조성해 무궁화 사랑을 해야 한다. 마구잡이로 가지치기하고 화장실 주변 같은 곳에 방치하거나 울타리용으로 천대받는 무궁화는 부끄럽고 안타깝다.

우암산에서 본 무궁화처럼 가지치기 없이 자연스럽게 자란 우람한 나무가 훨씬 자랑스럽고 아름다움을 거듭 느낀다. 이번 68주년 광복절을 계기로 모든 분들이 나라 사랑, 무궁화 사랑을 하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국민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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