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234'란 말이 있다.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삼일만 앓다가 나흘 만에 세상 뜨자는 덕담인데, 그런 시대가 머잖은 것 같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2011년 기대여명이 남자 77.6·여자 84.5세 평균 81.2세로, 2003년 77.4세에서 3.7세 늘었다. 그런데 이렇게 노인인구는 느는 반면 출산율은 2010년 기준 1.23명으로 OECD회원국 중 최하위여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부터 65세 노인이 7% 이상인 고령화 사회가 됐다. 7월말에는 충북도가 노인인구 14%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심지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 지역이 보은·괴산·영동·단양·옥천 등 다섯 군이나 된다. 유엔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되며 2030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들의 빈곤·건강·역할·고독 등 다양한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많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대책은 아직 미미하다. 고령화 대응지수도 2007-2009년 27.4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그 중 노인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란 사실은 충격적이다. 기왕 실시 중인 노인돌봄기본서비스를 확대, 독거노인 안전망 확충은 물론 고령화친화기업이나 사회적 기업 등을 이용한 지속가능 일자리 제공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정부는 매년 5만개 씩 노인일자리를 확대, 2017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40만개로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숫자에만 집착하지 말고 실질적 삶의 질이 높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충북도가 경로당에 레크리에이션 강사, 건강관리사 등을 파견해 노인들을 돌보는 '9988행복나누미'를 활발히 진행하는 것은 칭찬할만하다. 선진국 사례에서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미국은 1966년 연령차별금지법 제정에 이어 1986년 정년 제도를 아예 없애 노인 고용을 확보했다. 일본도 1991년 '고령자 고용촉진법' 제정으로 60세 정년제를 확보하고 65세로 올리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호주는 기업이 노인 채용 시 보조금 지급 등 인센티브를 주고 연령을 이유로 해고 시 불이익을 준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출산장려책도 중요하다.

일찍이 세계에서 출산율이 최저로 알려진 프랑스는 제2차 대전 이후부터 산전수당과 모성수당, 2명 이상 자녀에 대한 가족 수당, 주택수당 등을 통해 유럽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다. 싱가포르도 '능력 되면 세 자녀 이상 갖자'는 슬로건으로 결혼을 권장하는 등 각종 정책으로 출산율을 1.6명에서 1.87명으로 올렸다. 고령화로 인한 연금 재정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스웨덴은 지급시기를 65세에서 67세로 늦췄다.

영국은 기초연금 액수를 줄이고, 65세 이상인 사람이 소득이 있어 연금 수령을 연기하면 인센티브를 준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또 죽는다. 고령화 대책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현실을 직시하고 선진국 사례를 참고로 한 지속가능하고 현실성 있는 고령화 대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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