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복지'에 따른 증세 논란이 뜨겁다. 자칫 조세저항 촛불로 점화될 뻔 했던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로 일단 진화됐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촉발된 세금 논쟁은 복지 약속에 대한 재원 마련으로 끝없는 논란이 될 공산이 크다. 정치권의 증세 없는 복지 포퓰리즘과 이에 편승한 국민들의 ‘공짜 복지’심리가 뼛속 깊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때 여야가 경쟁적으로 제시했던 복지 공약의 후폭풍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재원이 수반돼야 하고, 재원이 부족하면 증세를 하거나 복지의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정부도 정치권도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프레임 때문이다. 국내 복지전문가들은 ‘증세 없는 복지'의 족쇄에 갇혀 있는 한, 어떤 해법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증세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인 데 지난 대선 때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불가론을 제기해 놓고 이제와서 증세논란에 대해 ‘세금폭판’운운하며 봉급생활자들의 조세저항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어떻게 증세 복지를 거론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대선 공약은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이다.


- 증세없는 복지 확대 비상식적


정부는 결국 이번 세제개편소동을 소득 5500만원 이하의 세 부담을 낮추는 땜질식 처방으로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납세자의 분노와 오해를 가라앉히려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내년 세출부터 과감하게 감축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또한 일부 복지 공약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원칙과 신뢰에 입각한 증세 없는 복지 공약프레임에 갖쳐 있는 한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증세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우선 복지 재원 부담을 어떻게 증세와 적자 국채로 나눌지가 중요하다. 소득세·법인세·소비세의 균형을 맞추는데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고소득 전문직의 과세를 강화하고, 탈루를 막아야 한다. 보편적 복지론자들은 우리나라 복지예산이 GDP(국민총생산)10%로 OECD(국제무역협력기구)국가 평균 20%의 절반으로 최하위권임을 주장한다. 하지만 복지선진국들은 부가가치세만보더라도 20~ 30%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10%에 비해 크게 앞선다. 결국 재원 없는 복지실현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시켜주는 대목이다.


- 복지예산 누수 막아야


증세 문제와 함께 줄줄이 새고 있는 복지예산도 바로잡아야 한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복지 전달체계 운영 실태' 감사 결과는 복지 예산이 현장에서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는지 잘 보여 준다. 이에 따르면 32만 명의 사망자에게 639억원이 복지 급여로 나갔다. 담당 공무원이 장애등급이나 나이 등을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3만여 명에게 538억원이 잘못 지급됐다.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자료 공유가 안 돼 잘못 나간 돈만 170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새 나간 돈만 3년간 7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밑바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결국 박근혜정부의 임기중 복지재원 135조원은 정부 예산 긴축, 지하경제 양성화, 세금누수 차단이란 기조 위에 증세와 복지공약의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증세를 환영할 국민은 없다. 그렇다고 국민을 ‘공짜복지’란 불치병으로 내몰아서야 되겠는가.



/이광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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