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돕는 상담자 또는 후원자를 멘토라 한다.

멘토(Mentor)의 기원을 찾아보면 고대 그리스의 오디세우스 왕이 갑작스럽게 트로이 전쟁을 떠나며, 제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보살펴 달라고 한 친구에게 맡겼는데, 그 친구의 이름이 바로 멘토였다. 멘토는 오디세이가 전쟁에서 돌아올 때까지 텔레마코스의 친구이자 선생님,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그를 잘 돌보아 주었다. 그 후 멘토라는?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국장학재단에서 개최한 '2013코멘트 리더십캠프'에 참여했다. 전국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수천 명의 대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예의 바르고 열의에 찬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성하의 태양이 광장에 내리꽂혔다. 울산바위가 프리즘처럼 햇빛을 쏟아 냈다. 우주에서 쏘아내린 빛이 대지까지 거침없이 내리꽂혀 달구어진 행사장은 찜질방처럼 뜨겁고 눈부셨다. 거침없이 한여름 땡볕에 나앉은 멘티들을 보며 '무한 도전'이 가능한 젊은이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삼천여 명의 멘토와 멘티가 특강도 듣고 모의 면접도 하며 기염을 토했다. 멘토 앞에서 맑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자기소개 하는 여학생의 옆모습을 보다가 눈물이 흘렀다. 참 좋다.

나의 멘토는 누구였을까.

나의 오래된 멘토는 도스토옙스키와 앙드레지드였다. 때로는 까뮈였고 셰익스피어였다. 세상과 공유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으로 침잠할 때 소설 속의 주인공들도 나의 멘토였다. 지나고 보니 시어머니도 나의 멘토였다. 지독한 스트레스로 삼십 대에 갱년기와 우울증을 경험할 만큼 견디기 힘든 상대였는데 그런 인고의 세월이 나를 성장시켰음을 절대 부인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팔순의 나이에도 젊은이들과 공부하는 회장님도 나의 멘토이고 몇 시에 취침 하던 새벽 다섯 시면 어김없이 회사에 출근하신다는 중소기업 사장님도 나의 멘토다. 어떤 날은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이 나의 멘토가 되기도 하고 '강연100도씨'에 나오는 수많은 강사도 나의 멘토다. 가끔 거르다가 운동장에 나가면 어김없이 새벽 운동을 하고 있는 이웃 아주머니도 나의 멘토이고, 거의 매일 전화로 안부 물으며 하루를 축복해주는 나의 지인들도 살가운 나의 멘토들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 상담자 또는 후원자를 멘토라 한다고 했는데 수 많은 나의 멘토 중에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나는 스스로 멘티로 자처하고 살아온 게 분명하다. 내가 멘토로부터 삶의 방식에 영향을 받듯 내 삶의 편린이 누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자족한가.

무대 위 조명이 어둠이 내린 광장위로 꽃처럼 퍼진다. 어둠 안에서 젊은이들은 더욱 뜨거워지고 낮에는 상상 할 수없었던 서늘한 바람이 열기를 부추긴다. 처서의 달빛이 열정과 이성을 내려다보고 있다.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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