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너무 피곤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학습지도 때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교사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는 교직인지 교육 행정직인지 헷갈리는 과중한 행정업무, 일부 권위주의적인 학교장의 경영 방식, 동료 교사와의 불편한 관계, 대입제도 등 교육정책의 잦은 변화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 등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를 피곤하게 만드는 가장 커다란 원인은 아무래도 학생지도의 어려움에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를 교사의 의도대로 지도할 수 없을 때 얼마나 난감하겠는가? 교사가 문제 학생을 나무랄 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당혹스럽기 그지 없을 것이다. 막무가내로 대드는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방법도 제한돼 있다. 학생지도에 한계를 느꼈을 때 교사들은 솔직히 자괴감에 빠질 것이다.

한 술 더 떠 옛날과 달리 일부 학부모들이 무조건 자기 자녀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교권에 도전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게 됐다. 교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학생지도를 포기할 수 없다. 어느 교사는 "출석 부르고, 자는 아이 깨우고, 이어폰 빼게 하고, 휴대폰 끄게 하고, 교과서 꺼내게 하고, 수업 중에 못 떠들게 하고, 그러다 다시 자는 아이 깨우고… 이건 수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다. 수업방해, 수업포기, 학교 부적응, 게임 및 인터넷 중독, 학교 내 폭력, 교권 도전 등 학생지도의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자긍심과 보람을 느껴야 하지만 오죽하면 교단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하겠는가? 교사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있다. 이는 교사와 학생 관계가 바람직스럽지 못한 방향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마틴 부버(Martin Buber)는 '만남의 철학'에서 인간이 세계를 대하는 태도를 나와 사물 세계, 그리고 나와 너로 표현되는 인격적 만남의 세계 등 두 유형으로 나눴다.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만남은 나-너의 인격적 만남 대신 나-그것의 만남으로 변질됐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예의·존경·존중심 등이 결여되고 교권에 도전적인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교사도 이런 상황에서 제자에 대한 사랑·관심·열성보다는 의무감에서 마지못해 학생을 지도하는 무사 안일한 태도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를 학교나 교사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근대화 과정의 물질만능주의, 공동체주의의 실종과 이익사회의 등장, 정보화 사회가 낳은 개인주의와도 관련이 있다. 특히 외자녀가정·한부모가정·조손가정·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가정교육이 소홀한 측면도 있다.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효율적인 학습지도를 기대할 수 없다. 어찌해야 하는가? 그래도 교사를 믿고 교사에게 맡겨야 한다. 교사가 아무리 피곤하고 지쳐 있어도 교사가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려면 모든 교육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교사가 학습지도와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둬야 할 것이다. 교사를 내세우지 않고 공교육을 살리자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홍득표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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