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남짓 있으면 '추석'을 맞는다. 추석이나 설이면 고향을 찾아가 부모, 형제, 자매를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일가친척들과 함께 조상님들에게 차례를 모시고 성묘를 하는 등 여느 일상과 달리 분주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요즘은 핵가족화나 가족의 해체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일가친척이 한 자리에 모여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대신 자기 가족들끼리만 모이거나 아예 이마저도 생략하고 해외여행을 가는 등 그 형태가 많이 간소화됐다. 그래서 그런지 명절을 맞이하고 보내는 느낌이 이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나 자신도 어린 시절에는 '추석'이나 '설' 등이면 괜스레 마음 설레곤 했었다. 이번 명절엔 또 어떤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명절빔으로 어머니가 어떤 옷을 사주실까, 서울에 사는 사촌 형이 이번에도 선물을 갖고 올까 등등. 그러나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기대감이 느껴지지 않은지 꽤 오래됐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려니와 의·식·주 등 먹고 살기가 이전보다 나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감정은 비단 나만 느끼는 게 아닌가보다. 얼마 전 스마트폰을 이용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초등학교 동창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시절 명절을 보낼 때와 지금의 감흥을 비교한 적이 있는데 내 또래(40대 중반) 모두는 비슷한 느낌을 받는단다. 추석을 앞두고 무언지 모를 아쉬움과 섭섭한 마음이 아련한 추억과 더불어 들었다. 또, 어느 때부터인지 설렘과 기다림이 의무감이나 부담감으로 대신 내 마음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런 나의 푸념 아닌 푸념에 내 아내가 "당신 나이가 몇인데, 명절이라고 설레요! 그리고, 명절 당일 출근하는 사람이 무엇이 설렌다는 거예요!"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준다. 그러게 내 나이가 몇인데 명절에 설렌단 말인가. 하지만, 내가 성덕원에 근무하게 되면서 이런 느낌이 더 확실해졌다.

명절을 며칠 앞둔 이맘때쯤이면 나를 포함한 성덕원 식구들은 이번에는 무엇을 먹을 것인지, 무슨 선물을 받을 것인지, 어떤 여가 프로그램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지 등등 명절맞이 욕구조사를 하고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한 동시에 설렘이 가득하다. 우리 성덕원의 명절맞이는 시끌벅적하게 시작된 후 추석을 하루 이틀 앞둔 날부터는 송편도 빚고 전도 부치며 맛있는 냄새가 전 시설에 진동한다. 이어 추석 연휴 3일간은 함께 만든 명절음식을 먹으며 노래자랑대회도 하고 윷놀이대회 등 민속놀이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2012년 성덕원 부임 이래 4번째 맞는 이번 추석은 원(family of origin)가족과 떨어져 성덕원이라는 한울타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 생활인들의 행복하고 안전한 명절을 지켜주기 위한 의무감과 그들과 이번 추석에 만들게 될 즐거운 추억을 생각하며 설렌다.



/민병석 성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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