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의대 교수 손현준

생물이 진화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환경이 개체로 하여금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살아남는데 필요한 형질이 선택된다. 즉, 생존에 적합한 형질을 가진 개체는 자손을 많이 불림으로써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린다는 것이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이다. 동물종에서 행동으로 나타나는 협력관계나 이타성 마저도 이렇게 선택되어 선조로부터 전해 내려왔다. 자신에게는 손해이지만 타인이나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태도를 이타성이라고 한다. 이것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이다. 최근의 진화생물학적 연구에서는 이타성이 진화의 코드 속에 교묘하게 안착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보고된다. 이 코드는 꼭 생물학적 유전자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문화적 코드도 복제되고 파급된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흉내 내거나 본받게 되는 지배적 의식이 이것이다.

인간에게는 생각하는 능력이 있고, 이 능력으로 집단 속에서 문화라는 것을 이루게 된다. 개인의 생각하는 방식은 누군가를 흉내 내면서 마치 유전자처럼 복제되고 전파되고 결국은 집단의 문화를 이루게 되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진화생물학자 도킨스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이것을 밈(meme)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진(gene)은 생물학적유전자, 밈은 문화적유전자라고 이해하자.

자연이 선택한 유전자는 개체가 살아남아서 자손을 퍼뜨리는데 더 적합한 형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듯이, 집단 속에서 선택되는 문화유전자 또한 그 집단을 풍요롭게 하는 흉내 낼 가치가 있는 것이 우월해야 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한세대가 25년 정도로 매우 길고, 일부일처제가 확립되어 있으며, 더 적합한 형질을 가진 개체라고 하더라도 기껏 두세명의 자녀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생물학적유전자 보다도 문화유전자가 인간사의 변화와 발전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요즘 우리사회에서 문화유전자로 동일시하고자 하는 대상이 어떻게 선택되고 있는가. 그 대상의 선택 기준은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중심의 사회로 진화하는데 합당한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제 불과 일주일 뒤면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번 선거판은 특정 후보의 의혹이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자질논란에 계속 매몰되다보니 정책이나 정치적 지향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는 묻지마 투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중요한 일을 맡길 일꾼을 뽑는 것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은 살아 숨쉬는 국가의 표상이 된다. 어쩌면 수단방법 안가리는 막되먹은 meme이 우리 사회의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인간 중심의 사회로의 진화를 막는 이 '막되먹은' 선택이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의식있는 사람들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 아니다. 생각해보고 주위 분들과 이야기 해보자는 것이다.

꼭 따져볼 것은 두 가지 이다. 정직한 사람인가와 과거에 한일은 정말 성공적이었나 하는 것이다. 정직하지 않다는 것은 앞으로도 속일 수 있기도 하거니와 반복된 확신에 찬 거짓말은 치매의 증상일 수도 있다. 잘못된 일은 남의 탓으로 돌려 책임을 피하고 있는지, 성공한 일처럼 보이는 행적이 정말 그러한지도 확실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산하를 파뒤집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잘 판단해야 한다. 이제 땅에다가 콘크리트 바르는데 쓸 돈을 줄여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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