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삼성전자는 독일 국제 가전전시회 'IFA 2013'에서 새로 출시되는 차세대 IT기기들을 공개했다. 그 중 단연 관람객과 언론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였다. 스마트워치란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컴퓨터로, 스마트폰과 연동돼 전화·문자·이메일·SNS 내용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인터넷, 게임, 음악 및 동영상 감상, 헬스케어 등이 가능한 기기이다. '웨어러블 컴퓨터'란 이름 그대로 '입는 컴퓨터'라는 뜻이다. 시계라든지 안경, 밴드, 신발에 이르기까지 몸에 착용할 수 있는 형태의 기기들을 일컫는다. 현재 상용화 단계에 와 있는 제품으로는 안경 형태의 구글 글래스, 헤드셋 형태의 텔레파시 원, 시계 형태의 삼성 갤럭시 기어, 팔찌 형태의 나이키 퓨얼 밴드, 신발 형태의 구글 토킹 슈즈 등이 있다.

웨어러블 컴퓨터가 대중화되면 일단 두 손이 자유로워져 걸어 다니면서도 말로 검색 명령을 내리고 눈앞의 모니터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바로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웨어러블 컴퓨터의 상용화는 이미 예상돼 왔다. 2013년 현재 휴대전화 가입자는 이미 전 세계 인구에 육박하고 있고 스마트폰 보급률 역시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선진국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128%, 개발도상국도 89%에 달한다고 한다. 애플이나 구글, 삼성전자와 같은 선두 IT업체에게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의 등장이 또다시 필요한 시점이 다가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받아들여지기에 해결돼야 될 과제들이 많다. 휴대전화 등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는 IT기기들은 오래 쓰면 열이 발생해 신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고 24시간 통신망에 연결돼 있어 전자파에 대한 안전성 역시 해결돼야 할 과제이다. 또한 몰래카메라, 도청 등 사생활 침해도 늘어나 지금보다 더욱 사회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다.

문화적으로도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쓰고 컴퓨터가 달린 옷을 입는 것은 아직은 우리에게 너무나 생소하게 느껴져 웨어러블 컴퓨터 착용에 따른 이질감을 없애는 것도 과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해결돼 웨어러블 컴퓨터가 일상화된다 해도 우려되는 점은 많다. 지난 추석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 게임이나 SNS를 하느라 '침묵의 명절'을 보냈다는 뉴스도 있듯이 지금도 상대방과 마주 앉은 채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이 일상화 돼 있는데 컴퓨터가 몸의 일부가 되는 시대가 오면 이 같은 현상이 보다 심해질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점차 컴퓨터에 매몰되면서 인간성을 잃어가고 스마트 IT기기가 자신의 스마트한 외부 뇌를 이용, 인간의 내부 뇌를 대신해 인지와 판단을 하는 주체가 돼 인간의 뇌를 점점 퇴화 시키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것은 공학도의 기우에 불과하길 바라본다.



/심완보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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