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에 IT문화가 들어 온지 꽤 오래되었다. 내 경우는 90년도에 개인용 16비트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이 신개념 IT의 시작이었다. 그 때 컴퓨터는 학원에 다녀야 배울 수 있는 신기술이었다. 초기의 MS DOS와 매킨토시의 양대 운영체제는 나중에 윈도우 체계로 바뀌었다. 이때쯤 전문가들은 '컴맹'이라는 단어는 없어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어려운 명령어를 배우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의 창만 고르면 된다는, 이른바 '클릭'만 할 줄 알면 누구나 컴퓨터를 잘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예견은 정말 현실이 되었다. 현대의 정보통신망은 국가의 중요한 기간망이 되었고, 일반인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인터넷이 없이는 생활이 마비될 정도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개인 블로그와 동호회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나도 몇 해 전부터 글쓰기와 등산과 금연을 주제로 하는 블로그를 틈틈이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서로이웃'을 맺자는 신청을 많이 받는다. 비록 사이버 세계지만 서로 신뢰할 준비도 안된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서로이웃'이 되자고 하여 당황하기 일쑤다. 이웃이란 '나란히 또는 가까이 경계가 붙어있음'을 뜻하기도 하고, '가까이 사는 집이나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웃이면 당연히 서로 간에 이웃이므로 '이웃'과 '서로이웃'을 구별하는 것은 사실 맞지 않는다. 하지만 사이버 세계에서 '이웃'과 '서로이웃'은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한쪽만 좋아하는 한 방향의 이웃이고, 후자는 서로가 좋아하는 양방향의 이웃으로 정보를 함께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자는 의미이다.

그래서 낯선 사람을 무작정 서로이웃으로 받아들이기가 망설여진다. 나쁠 것이야 없지만 나의 정보 중 일부는 공개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내가 지향하는 것들과 관심사가 일치하는 블로거가 있으면 굳이 '서로이웃'이 아니라 '이웃' 관계만 맺어도 충분히 친밀해 질 수 있다. 상대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고, 서로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만 켜면 언제든지 이웃의 소식을 알 수 있고, 필요하면 감사와 축하, 공감과 위로 등의 교감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웃으로써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보면 언젠가 '서로이웃'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과 달리 현실에서 좀처럼 좋은 이웃을 맺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현실 공간의 이웃이 사이버 공간의 이웃보다 더 소중한데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아침마다 마주치는 이웃에게 인사조차 나누는 것에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글보다 말로 고백해야 하는 의사전달 방법과 서로의 관심사를 모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에게 내 블로그 주소가 새겨진 명함을 전해보면 어떨까? 현대 사회에서 사이버 공간과 현실공간에서 함께 이웃으로 소통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서로이웃이 아닐까 한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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