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몇 해 전부터 글쓰기와 등산과 금연을 주제로 하는 블로그를 틈틈이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서로이웃'을 맺자는 신청을 많이 받는다. 비록 사이버 세계지만 서로 신뢰할 준비도 안된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서로이웃'이 되자고 하여 당황하기 일쑤다. 이웃이란 '나란히 또는 가까이 경계가 붙어있음'을 뜻하기도 하고, '가까이 사는 집이나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웃이면 당연히 서로 간에 이웃이므로 '이웃'과 '서로이웃'을 구별하는 것은 사실 맞지 않는다. 하지만 사이버 세계에서 '이웃'과 '서로이웃'은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한쪽만 좋아하는 한 방향의 이웃이고, 후자는 서로가 좋아하는 양방향의 이웃으로 정보를 함께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자는 의미이다.
그래서 낯선 사람을 무작정 서로이웃으로 받아들이기가 망설여진다. 나쁠 것이야 없지만 나의 정보 중 일부는 공개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내가 지향하는 것들과 관심사가 일치하는 블로거가 있으면 굳이 '서로이웃'이 아니라 '이웃' 관계만 맺어도 충분히 친밀해 질 수 있다. 상대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고, 서로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만 켜면 언제든지 이웃의 소식을 알 수 있고, 필요하면 감사와 축하, 공감과 위로 등의 교감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웃으로써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보면 언젠가 '서로이웃'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과 달리 현실에서 좀처럼 좋은 이웃을 맺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현실 공간의 이웃이 사이버 공간의 이웃보다 더 소중한데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아침마다 마주치는 이웃에게 인사조차 나누는 것에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글보다 말로 고백해야 하는 의사전달 방법과 서로의 관심사를 모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에게 내 블로그 주소가 새겨진 명함을 전해보면 어떨까? 현대 사회에서 사이버 공간과 현실공간에서 함께 이웃으로 소통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서로이웃이 아닐까 한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