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이 각자 자기의견에 대한 강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평범하게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견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그 의견의 정당성만 주장한다면 아마도 도덕적인 문제들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도덕적인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는 물음은 현대인들의 사고에서 가장 복잡할 것이 될 것 같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가치에 대한 판단은 좋지 않은 것이므로 도덕적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피상적인 것이라고 감히 말을 해도 될 것 같다.

가치 판단이 옳지 않은 것이라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윤리를 무시하는 이율배반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문제들에 대한 판단이 아무리 어렵다 할지라도 우리는 반드시 그것을 판단해야만 한다. 가치 판단은 우리가 삶을 함께 하는 사회적 조화 및 균형의 기초이면서 법제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덕적 판단의 본질은 법제도의 본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어떠한 근거들로 도덕적 판단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도덕적 판단은 절대로 감정이나 욕망 또는 막연한 선호성에 근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사회의 질서를 흩뜨리는 흉악한 일들이 나름대로 정당하게 행해진 것이라고 결론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며, 양심은 감정보다 훌륭한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그러한 사실 또한 모호하거나 무감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 판단을 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국가나 문화를 초월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개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회의 윤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타인과의 관계는 우리에게 다양한 의무를 부과한다. 이러한 의무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지켜져야 한다. 의무에 대한 충실성은 인간의 삶을 보다 향상시키고 진취적인 속성을 발휘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정의와 공평성, 그리고 인내심과 용서 등이 그러할 것이다. 의무에 대한 어떤 행동의 결과는 사람들에게 유익할 수도 있는 반면 어떤 것은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따라서 전자가 후자보다 선호돼야 한다. 물론 의무에 대한 행동의 결과는 신체적인 속성과 감정적인 속성을 동시에 포함한다.

그 결과는 상황에 따라 일시적이며 순간적인 성향으로 그칠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이고 미묘하면서도 명백한 사실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자기가 속한 문화에서 더 나아가 활동하는 사회집단 속에서 이뤄지는 가치 판단을 대체로 수용하려고 하지만 다른 경우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 성향이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옳고 그름에 대한 정의가 행동의 영역이나 사회생활 속에서 지나치게 과장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도덕적 견해에 비춰 우리의 행동들을 윤리 속에서 생각해본다면 타인을 마음 아프게 만들고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은 없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요즘처럼 비도덕적인 일들이 난무하고 복잡한 사회에서는…….



/박기태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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