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원(어린이집) 절반이 국가 보조금을 빼돌린다면 믿을까.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걸 보면 사실이다. 지난해 조사대상 1300 개 어린이집 중 770 곳이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고 한다. 그것도 부정 수급한 어린이집 당 두 건 이상의 비리가 적발됐다. 위반 사례를 보면 채용하지도 않은 강사를 허위로 등록해 인건비를 챙기며 싸구려 저질 급식을 공급하고 차익을 남기는 비리가 흔한 수법이다. 어린이집만 그런 게 아니다. 부패예방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8월부터 두 달간을 '정부 보조금 부패신고 기간'으로 정하고 접수해 봤더니 별의별 수작이 다 나왔다.

어떤 몰염치한 사람은 상수도보호구역에서 지원금을 타 먹기 위해 주소지만 옮겨 놓고 수 천 만 원을 부정하게 타 갔다. 교수 및 연구원들의 연구개발비 허위청구와 기자재 부풀리기, 허위 인건비 부정청구 등 지식인들의 비리도 줄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버스 운송업체의 운행 횟수부풀리기, 운전기사 봉급보조금 착취, 병원장의 요양급여 부당 편취, 고용보험허위청구, 영농조합법인의 농산물가공시설납품가 뻥튀기 등이 신고됐다. 이런 부정수급행태는 관행적 부패로 똬리를 튼 지 오래 됐다.


-원스트라이크아웃


눈먼 보조금 횡령을 막을 길은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수밖에 없다. 한 번만 걸려도 사업장을 폐쇄해 버릴 정도로 법정최고형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직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제안한다. 이미 4∼5년 전부터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에서는 단 한 번만이라도 공직자 행동강령 등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거나 인사 및 예산의 업무 수행 시 법과 원칙에 위반하면 엄벌에 처하는 곳이 부쩍 늘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광역지자체장들이 원스트라이크아웃제 실시로 기관의 청렴수준을 상위로 끌어 올리는 데 효과를 봤다.

다음은 국고보조금의 집행 내역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다. 집행 시부터 결과 보고까지 수급대상대표자, 업무담당자, 수급액 사용처 등 전 수급 과정과 내역을 인터넷은 물론이고 집행기관 민원창구와 수급자 사업장에 연중무휴 비치해서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게 한다. 이와 더불어 시민감시단(옴부즈만)이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부정사례가 목격되면 바로 사정기관에 부패행위로 신고 처리한다. 스웨덴이 청렴선진국 1위에 오른 배경에는 공개행정과 옴부즈만의 발달이 있었다.


-수급내역 공개


마지막으로 눈 먼 보조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콘트롤타워 기구'를 만들어 보자. 환경부가 67억원을 주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또 167억원을 내 준 경북상주문화특구단지의 이중수급 사건을 보라. 천문학적인 국고보조금이 새는데 중앙부처간에도 서로 몰랐다니 참으로 한심하다. 각종 보조금 규모는 매년 크게 늘어나는데 엉뚱한 곳으로 계속 새는 것을 막지 못 한다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前 국민권익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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