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4박5일간 막내 처제 내외의 초청으로 중국 천진을 다녀왔다. 근 30여년 만에 처남 처제 내외 가족과의 동반 여행이니 가슴이 설렐 만도 하다. 인천공항을 이륙해 기내에서 내내 상기된 표정의 아내를 바라보니 흐뭇함이 묻어난다. 지금껏 온갖 고생을 마다않고 뒷바라지 해 준 아내에게 미안함이 마음 한구석 가시질 않는다. 격한 마음에 속울음이 치솟기도 했다. 상념에 젖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1시간30분만에 천진 공항에 착륙했다. 한국에서는 비가 왔는데 이곳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공항에는 처제 내외가 마중을 나와있었다. 반가움에 얼싸안았다. 고급아파트단지에 위치한 집에 도착해 이곳저곳 살펴보니 짜임새 있게 살림을 잘 하고 있었다. 내실에는 '정관영 님 특실'이라고 쓴 표찰이 눈에 띄었다. 절로 웃음이 난다. 짐을 푸는 둥 마는 둥 둘러앉아 얘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그러다보니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만리장성을 쌓았다. 웃고 울며 회한의 정을 나눴다. 다음날 우리 일행은 만리장성으로 향했다.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로 알려진 만리장성은 북쪽의 흉노족 침입을 막기 위해 진나라 시황제가 처음 쌓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북방 이민족 침입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성벽을 쌓았다. 방어용으로 지도상 연장길이만 2700㎞이고 중간에 갈라져 나온 지선까지 합치면 6300㎞에 이른다니 실로 어마어마하다. 명나라 때 대대적 개보수를 했다. 이젠 군사적 가치가 없어 방치됐다가 중화인민공화국 때 관광목적으로 보수돼 지금에 이르렀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데 많은 협곡의 고공에 아찔해 머리가 솟는 듯하다. 막내 처제는 무서워 엉엉 울기까지 했으니 울보의 별명은 오래도록 기억되리라. 정상 부분에 이르러서는 내려서 올라갔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 도중 힘겨워하는 아내를 뒤에서 밀기도하고, 업기도 하며 올라갔다. 비지땀을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고 처제들이 놀려댄다. 이구동성으로 "노부부의 마지막 여정"이라나. 모두들 깔깔댄다. 귀가해 피곤함도 잊고 밤이 깊도록 만리장성은 이어졌다. 마지막 날 막내 동서가 운영하는 전자회사를 방문했다. 300여 명이 근무하는 이곳은 안테나 등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중국 전역으로 납품하고 있다.

안전·복지를 우선으로 하고, 제품의 크로스체크를 통해 클레임이 걸리지 않도록 온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더욱이 분야별로 연구원을 배치하고 내실 있게 연구소를 운영하는 모습은 미래를 개척하는 산실, 바로 아이디어 뱅크로 다가왔다. 국제사회는 정의와 예의가 아닌 힘과 국익이 지배하는 냉혹한 곳이다. 우리나라가 고도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 진출한 실뿌리 같은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히지 않을까. 언어, 문화를 극복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살려 불모지의 땅 중국에서 맹활약하는 안경환 사장이 동력을 살리는 애국자라는 생각이 든다.



/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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