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고공행진에 외상값 갚지 않아 '속앓이'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연일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으로 주유소와 가스충전소를 찾는 운전자들 중 상당수가 외상거래 후 대금을 갚지 않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주 전국 110개 표본 주유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연 보통휘발유 판매가격이 평균 ℓ당 1634.4원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는 10월 넷째주 1555.09원을 시작으로 7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실제로 서울 일부 지역은 휘발유값이 1901원을 기록하고 있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타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싼 충북은 ℓ당 1630~1650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서민층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고유가 행진은 생존권 문제로 인식될만큼 힘겨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청주·청원지역 일부 주유소들의 경우 고정고객 확보를 위해 외상거래를 허용하고 있지만 외상값을 갚지 않고 도주하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청주시 흥덕구의 a주유소 충전기에 30여 명의 외상거래자 명단과 연락처 등을 명시해놓고 외상값 회수를 시도하고 있지만, 수개월이 지나도 연락조차 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의 sk주유소 박세헌사장은 "어느날 보면 고객이 전화를 않받거나 파산해 부실채권이 종종 생기는데 요즘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어 외상거래를 피하고 싶지만 타업체와의 경쟁을 고려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하고 있다" 며 "크레인이나 중기를 다루시는 분들에게 이런 경우가 종종발생한다"고 말했다.

청주시 상당구의 b주유소도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이 넘는 외상거래자가 수두룩하지만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주유소 경영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는 데도, 이를 해결할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더욱이 크레인·중기를 직접 운영하는 사장들은 매출대비 기름값이 20%선이어야 하는데 기름가격이 계속 올라 현재 매출대비 30~40%선이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크레인을 운영하는 이석우씨는 "크레인이나 덤프트럭·중기들은 연료통이 더 커 기름을 한 번 넣으면 30만~40만원이 그냥 들어간다”며 “공사 현장 등을 다니면서 받은 어음을 활용하기 어려워 외상으로 거래한 뒤 나중에 갚곤 하지만 경제가 힘들어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청주시 봉명동의 gs주유소 관계자는 "예전에 가득(만땅)을 외치는 손님들이 많앗지만 기름값이 계속 오르자 1만원부터 3만~4만원으로 하향된 점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강명수 기자 shotov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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