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야 아름답다
그 어린 것이 자라 제법 의젓해져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어렵사리 연필을 쥐고는 커다랗게 삐뚤삐뚤 글자를 쓰며 익혀가는 곳이 초등학교다. 눈을 반짝이면서 선생님을 쳐다보고는 제비 주둥이 같은 입을 벌려 글을 읽는다. 공부를 하다가 선생님이 묻는 것에 자신 있게 대답을 하기도 하고 모르는 것이 나오면 고개를 갸우뚱하며 호기심을 발동하기도 한다. 재미있으면 웃기도 하고 슬프면 울기도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을 키운들 이들처럼 글을 읽고 쓰며 웃고 울 수 있는가? 턱도 없는 일이다. 두뇌가 매우 발달한 침팬지를 길러도 어림없다. 우리 학교에는 말하는 꽃이 삼백 송이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일들이 학교현장을 파도처럼 덮쳐도 이들을 보면 힘이 난다. 일부 학부모가 어처구니없는 생떼를 써서 기가 막혀도 이들을 보면 희망이 보인다. 방향을 잘못 잡고도 고칠 줄 모르는 어른들이 교단을 요동치게 만들어도 이들을 보면 가야할 길이 바로 보인다.
-학생을 보면 길이 보인다
이들은 이 나라의 희망이다. 그래서 바르게 교육 받아야 한다. 맞는 건 맞는 것이고 틀린 건 틀린 것이라고 배워야 한다. 배워야 할 객관적 사실은 분명한데 가르치는 자들이 제각기 주관적으로 다 다르게 가르치니 아이들이 헷갈린다. 또 이들은 바르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말할 객관적 사실은 분명한데 옆에 있는 자들이 제각기 주관적으로 다 다르게 알려주니 아이들이 혼란스럽다. 미녀 서시보다 수만 배나 아름다운 이 말하는 꽃을 바라보며 어른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더 이상 이 꽃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은 이 꽃들을 꺾지 말아야 한다. 물 한 종지만 있으면 죽죽 줄기를 뻗으며 자라는 이들은 어른을 가르치는 교사다. 따스한 햇빛 한 줌만 있으면 형형색색으로 꽃을 피우는 이들은 어른을 기르는 부모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