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그동안 방송매체를 통해 보여준 당신의 멋진 모습이 많이 자랑스러웠어요!! 오늘도 멋진 하루 되세요~." 일전 KBS 청주TV의 '시사토론' 진행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는 내 말을 듣고, 출근 후 아내가 보낸 전화 메시지. 오는 20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10여년 지켜 온 TV프로를 떠난다. 한 때 그 프로의 담당 피디였던 최국만 편성제작국장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진행자를 바꿔야겠다는 말을 어렵사리 꺼냈을 때 나는 서운함보다 감사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너무 오래 했다, 10년 이상 같은 TV에서, 비록 제목은 조금씩 달라도 같은 내용의 시사프로를 진행해왔으니. 1997년 고향에 돌아와 변호사업무를 개시하던 해 가을, 대학 은사님들을 모시고 골프장에 갔다 만난 당시 청주MBC 우종인 국장의 제안으로 '토요광장'이라는 시사프로 진행자로 나가 처음 방송을 하게 됐다. 그런데 한창 매력을 느낄 무렵, IMF로 인해 1년 만에 프로가 중단돼 서운함을 남긴 채 하차했다.

그러다 2000년 경 청주KBS에서 주관한 어떤 토론회 사회자로 초대받아 한 번 진행했는데, 당시 총국장이던 남승욱 전 교통방송 본부장이 좋게 봤는지 편성책임자에게 나를 방송에 출연시키라고 했단다. 그래서 법률상담부터 시작해 라디오 프로를 약 4년 진행했고, 얼마 뒤 생긴 TV시사프로를 맡아 지금껏 매주 진행해 오는 영광을 얻었다. 처음엔 방송에 나가는 것이 단순한 기쁨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명감으로 시청자들에게 지역 현안을 알리고 해결책을 보여주기 위해 애써왔다.

여기 저기서 칭찬과 격려도 많았고 알아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너무 오래 하다 보니 시청자들이나 방송국 모두 식상해 있었으리라. 언제 그만둬야 할지 고민해왔다. 그러다 수년전 프란츠 알트라는 독일 생태학자의 책을 읽던 중, 그가 15년간 방송을 진행해 왔다는 얘기를 듣고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으나 한편으로는 늘어나는 흰 머리며 주름살을 어떻게 카무플라주 할까 걱정하며 언제라도 요청이 있으면 그만 둘 각오였다.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왜 자기가 통고해야 하는지 고민돼 기도까지 했다는 최 국장에게 내가 먼저 내려놓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그동안의 배려에 감사했다. 개인적으로는 즐거웠고 영광스러웠으며, 변호사일로 분주하고 고단한 일상에서 가장 힘나는 시간이었다.

보잘 것 없는 시골뜨기 변호사를 불러 TV시사프로 MC로 10여 년이나 써준 청주KBS와, 부족한 모습을 지켜봐 주신 시청자들, 그리고 그들을 움직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방송 있는 날은 오후 내내 오프닝 멘트를 외우느라 수십 번씩 원고를 소리 내 읽고, 평소에도 시집을 수시로 낭독하며 목소리를 가다듬던 날들. 수요예배는 빠져도 이 날 저녁만은 아무 약속도 할 수 없던 지난 10여 년. 이제 얻은 여유로 더 귀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에 가장 빛나는 추억의 시간이었다, TV 카메라 앞에 앉던 날들이. 함께 했던 피디며 작가, 카메라 감독, 분장사 및 에프디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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