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우리가 예사로 주고받는 '안녕하세요?'라는 이 단순한 인사에 별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 인사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용재 오닐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안녕하세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둘 다 장애가 있었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임신이 된 사실을 알게 된 외조부모가 고민 끝에 두 사람을 헤어지게 하여 평생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자란 용재 오닐은 친아버지를 만나 꼭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안녕하세요?' 이 인사였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아버지 아들이에요. 제 연주 들어보실래요?'라고 말해보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결국 그는 그걸 하지 못했다 한다.
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해오다 마침내 탐정을 고용해 아버지를 찾게 되었을 때는 이미 몇 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에게 '안녕하세요?'는 평생 그리던 아버지의 부재가 남긴 영원한 그리움의 표현이다. 또한 아들의 존재를 알고도 다가와 '안녕?'이라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가 가슴에 품고 갔을 애틋함이 아들의 마음에 전달되어 울리는 메아리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안녕하세요?'가 사실은 대단한 것이라며 "왜냐면 같이 살아있고 함께 있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금 말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금 하라고 말한다. 다음에 그런 기회가 반드시 온다고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의 순간순간은 모두 선물이며 인연은 가장 큰 축복이라는 그의 고백은 너무나 당연해 의식조차 못하는 우리 삶 자체의 축복을 돌아보게 해준다. 오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할 때 우리가 같이 살아있고 함께 있는 이 대단함을 감사해야겠다.
/황혜영 서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