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었는데 나는 작년 한 다큐멘터리에 대한 소개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봤지만 막상 다큐멘터리도 보지 못했고 그에 대해 따로 접한 적이 없다가 이번 방송에서 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인터뷰를 보다 궁금해져 그에 관한 기사와 동영상들을 찾아보니 그의 어머니는 한국 전쟁 고아로 어릴 때 병을 앓아 지적장애인이 되었는데 아일랜드계 미국인 오닐씨 부부가 그녀를 입양해 키웠으며 그의 아버지도 청소년 때 오토바이 사고로 머리를 다친 후 평생 장애를 지니고 살았다 한다. 아직 몇몇 동영상을 통해 그의 연주를 들어본 것이 다이고 그의 삶에 대해서도 단편적으로 읽은 기사가 전부라서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어느 지난 방송에서 그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대해 한 말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여기 다시 소개한다.

평소 우리가 예사로 주고받는 '안녕하세요?'라는 이 단순한 인사에 별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 인사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용재 오닐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안녕하세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둘 다 장애가 있었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임신이 된 사실을 알게 된 외조부모가 고민 끝에 두 사람을 헤어지게 하여 평생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자란 용재 오닐은 친아버지를 만나 꼭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안녕하세요?' 이 인사였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아버지 아들이에요. 제 연주 들어보실래요?'라고 말해보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결국 그는 그걸 하지 못했다 한다.

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해오다 마침내 탐정을 고용해 아버지를 찾게 되었을 때는 이미 몇 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에게 '안녕하세요?'는 평생 그리던 아버지의 부재가 남긴 영원한 그리움의 표현이다. 또한 아들의 존재를 알고도 다가와 '안녕?'이라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가 가슴에 품고 갔을 애틋함이 아들의 마음에 전달되어 울리는 메아리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안녕하세요?'가 사실은 대단한 것이라며 "왜냐면 같이 살아있고 함께 있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금 말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금 하라고 말한다. 다음에 그런 기회가 반드시 온다고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의 순간순간은 모두 선물이며 인연은 가장 큰 축복이라는 그의 고백은 너무나 당연해 의식조차 못하는 우리 삶 자체의 축복을 돌아보게 해준다. 오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할 때 우리가 같이 살아있고 함께 있는 이 대단함을 감사해야겠다.



/황혜영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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