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캠퍼스 공학관 옆길을 지나가는데 '다독왕콘테스트'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는 우리 대학 도서관이 주최하는 연례행사로, 학생들의 책읽기 독려를 목적으로 장학금까지 걸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독서의 계절이 돌아왔다. 예부터 한국 지도층들은 독서를 인생 최고의 낙으로 여기고 술과 더불어 책을 가장 좋은 벗으로 삼았다. 사육신의 한 사람이자 대표적 선비인 성삼문(1418~1456)은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통해 젊은 시절 학식을 쌓았고 '열하일기'를 저술한 실학자 박지원(1737~1805)은 "독서를 해야 선비(士)라 함을 얻는다"고 했다. "수불석권(手不釋卷·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들에게 독서는 단순한 교양 쌓기가 아니라 주업이었다. 일제에 항거해 1909년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영웅 안중근 의사(1879~1910)의 휘호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 속에 가시가 돋아난다)'도 너무나 유명하다.

그는 이듬해 뤼순 감옥에서 순국할 당시 "책을 다 못 읽었으니 5분만 시간을 달라"고 간수에게 부탁할 정도로 책을 통한 배움의 삶을 죽음의 순간까지 놓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문화체육관광부의 '2011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1년간 책을 1권도 읽지 않은 18세 이상 성인이 33.2%에 달한다. 또 최근 교보문고 독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직장인 독서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직장인의 평균 독서량은 15.3권으로, 전년 16권보다 0.7권 줄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미국인 월평균 독서량이 6,6권, 일본인 6.1권, 중국인 2.6권인데 비해 한국인은 0.8권을 읽어 세계에서 가장 독서를 안 하는 국민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출판시장도 갈수록 축소돼 1년에 한 권도 못 내는 출판사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독서를 안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너무 바빠서(33.6%)',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33.3%)'라고 답한다. 세계 최강 IT강국을 자부하면서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활성화가 기대됐던 전자책은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보급이 늘 수록 거꾸로 독서량이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 매체들을 통해 누군가에 의해 가공되고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획일적 정보에 장기간 노출되면 사람의 뇌는 받아들이는 데만 익숙해지며 스스로 선택하고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다. 최근 일본에서 독서량과 수입이 연관 있다는 흥미로운 조사결과도 나왔다.

연수입 3000만엔 이상인 사람들의 월평균 독서량이 9.88권으로, 그 이하인 사람들의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는 이야기다. 이제 21세기 비즈니스 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그에 필요한 창의력을 키우려면 독서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당신은 올해 책을 몇 권 읽었던가? 2013년 한국인의 희망독서량이 23,6권, 날씨도 좋은데 오늘 도서관에 가보면 어떨까?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