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영악하다. 잠깐이라도 한 눈 팔다간 어느 틈에 코를 베어가는지 모른다. 길 가는데 친근하게 말 걸어오는 사람은 납치범인지 모른다. 맛있는 걸 다정하게 건네는 사람은 마취제를 넣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에서 다급하게 걱정해 주는 사람은 대개 사기꾼이다. 유치원 아이들 얘기하는 것을 들어봐도 영악하기 이를 데 없다. 어른들 하는 말을 태연히 한다. 어떨 때는 뜻을 알기나 하고 하는 말인지 의아할 때가 있다. 너도 나도 똑똑하고 재주 많고 영리하게 자식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영악하고 똑똑하면 잘 살까? 내 주변에 영악한 친구가 있으면 다가가기 쉬운가? 솔직히 말해서 그것을 부러워할 수는 있어도 친해지기는 싫다. 배가 아파서도 그렇고 내 모습이 초라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악하면 잘 살까?


그래서 우리는 좀 바보스럽게 사는 게 좋다. 바보는 친근해지고 싶다. 다가가기 쉬우며 믿고 싶다. 또 바보스럽게 살면 편하다. 천연덕스럽고 당당하다. 누가 바보인가? 법을 잘 지키면 바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수준은 혈연을 중시하고 동족기업이 많아 저신뢰 사회에 속한다고 한다. 정부의 투명성 즉 부정부패 수준도 중위권이어서 전형적인 후발 산업화 사회의 양태를 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시민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구성원 간의 연대감, 공동체의식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구성원들이 상호신뢰하고 타인에 대한 믿음을 보이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많은 것을 성취하기 때문이다.



-도덕이 경쟁력이다


현대는 이성에서 감성으로 전환되는 시기다. 또한 정치경제중심 사회에서 문화중심 사회로 전환하며 격조 있는 생활을 선호하고 있다. 당연히 사회적 협력을 촉진시키는 자원으로 신뢰, 협력, 시민성, 규범, 네트워크 등의 사회관계적 요소가 손꼽히게 된다. 정직·인내·창의력·신뢰·협동심 등 인간의 도덕적 특성이 핵심 자본이며, 종교, 윤리, 사상 등 사회문화적 요인의 중요성과 정신적 기반이 더 필요해지는 시대이다.

도덕자본은 정치, 경제와 더불어 사회를 지탱하는 3대 지주이기에 어떤 시장이나 정치체제도 이런 윤리와 원칙이 없으면 존속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장 도덕적이어야 가장 경제적이다. 인성교육이 필수이며 도덕지능이 중시되는 이유다. 법을 잘 지키면 바보라고 놀린다. 그래도 그 정직이 나라와 개인을 살린다. 잠시 겪는 손해는 사회와 인생 전체를 윤택하게 한다. 바보는 누가 뭐라고 놀려도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바보는 믿음직스러워서 기대고 싶은 사람이다. 영악한 사람은 너무 맑아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지만 바보는 같이 놀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흐르면 바보가 잘 살게 된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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