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옳음(the right)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음(the good)을 강조했다. 옳다는 것은 바른 것을 의미하며 이성을 근거로 승인될 수 있는 원리라고 볼 수 있다. 롤스의 정의론도 옳은 것과 관련이 있다. 좋은 것은 즐겁고 기쁘고 살맛 나는 것을 의미하며, 행복과 관련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좋음을 강조하였다. 옳은 것과 좋은 것의 경중을 따지기 곤란하다. 어느 가치가 더 소중하다고 일반화하기 어렵다. 두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이 살다보면 '옳음'과 '좋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 옳음과 좋음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어느 경우에는 옳은 것을 선택해야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결국 정의와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에 항상 가치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삶을 원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행복은 좋은 것, 재미나는 것, 신나는 것 등과 관련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일반적으로 옳은 것보다는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행복한 것보다는 정의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다. 바른 길과 올곧음을 더 중시하는 것이다.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올바르고 반듯한 것을 고집하는 정의로운 사람도 많다. 좋은 것보다 옳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렵다. 정의를 선택하는 길은 험한 경우가 많다. 정의로운 사람은 개인적으로 불이익이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옳은 것을 선택한다. 정의라는 가치를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는 것이다.

개인이든 공적 차원이든 옳은 것과 좋은 것 중 어느 것을 강조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에 많이 직면하게 된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어느 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할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교육도 옳은 것과 좋은 것 중 어느 것을 강조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교실, 학교 등의 행복을 강조한다. 모두가 좋아하고 만족하는 행복한 교육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이 인간의 행복을 보장해 줄 수는 없지만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행복교육을 추구하는 과정에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적당하게 넘어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교육현장에서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외면하는 경우는 교육정의를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 예컨대 잘못한 학생을 보고도 교사가 모른 척 한다면 옳은 것보다는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된다. 인사문제도 그렇다. 사사로운 연고 때문에 서로에게 좋고 편리한 방식을 선택한다면 인사의 공정성을 해치게 되며, 인사정의를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 행복교육과 교육정의를 조화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지만, 교육에서는 좋은 것 보다는 옳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정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홍득표 인하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