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라윤도(건양대 공연미디어학과 교수)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사랑. 그립고 안타까워 울던 밤아 안녕히, 희망에 꽃구름도 둥실둥실 춤춘다."

태안 앞바다가 기름으로 뒤덮인 채 지새워온 지난 한 주는 tv만 보아도 온몸이 기름으로 칭칭 휘감긴 듯하고 독한 기름냄새가 코끝을 맴돌고 있는 착각을 가지며, 귓가에는 '만리포 사랑' 한 구절이 맴도는, 오감이 안절부절하는 느낌으로 지내야 했다.

이처럼 우리가 오감으로 느끼며 사랑하는 태안반도가, 만리포가, 한 순간에 '희망에 꽃구름'이 '절망의 기름띠'로, '젊은 꿈을 실은 갈매기'는 '기름 뒤범벅이 된 갈매기'로 바뀐 현실 앞에서 망연자실해질 수 밖에 없다. 어처구니 없는 인재(人災)의 되풀이에 분노마저 치솟는다. 그러나 전국민이 하나된 자원봉사의 물결과 답지하는 성금과 방제물품 등을 보면서 국난 앞에서 하나되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 일말의 위안이다.

이제 기름의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오염된 연안의 기름을 걷어내는 등 방제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고, 사고 수사도 급진전이 되는 등 고비는 넘긴 것같아 다행이다. 문제의 유조선이 지정받은 위치에 정박해 있지 않았다거나 크레인의 줄이 끊긴 시점에서 유조선에 충돌할 때까지 각각의 대응 태세에 문제가 있었음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했던 씨프린스호 사건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이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사항들도 많아 정부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임기말 정부의 기강해이가 부른 참사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사건규명과 비난도 오염지역 주민들의 좌절감과 뻥 뚫린 마음을 채울 수 는 없다. 그들의 피해를 정당하게 보전해주고, 하루빨리 생업을 되찾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사고의 궁극적인 해결이 될 것이다.

1989년 미국 알래스카의 발데즈항에서 있었던 유조선 액손 발데즈호의 좌초로 인한 원유 누출사고의 회복과정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줄 수 있다. 사고회사인 액손 측은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해 해안가의 바위를 일일이 문질러 닦을 정도로 복구에 힘을 쏟은 결과 사고 2년후인 1991년에 "기름 정화작업 완료"를 선언할 수 있었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겉으로는 완전 회복이 된 듯하지만 '청어'와 같은 일부 어종은 아예 자취를 감춰 인근 코르도바 항구는 사고전 미국내 8위의 어항이었으나 현재는 100위에도 들지 못하는 어항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동안 알래스카 주정부는 액손사와 함께 지역의 산업구조를 완전히 바꿔 인근 피해지역의 어부들을 관광업과 액손 유전터미널의 근로자로 일하게 했다. 아직도 액손사와 지역주민들 간에 여러 가지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주정부가 개입하여 이루어낸 것이다. 우리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태안반도 일대의 산업구조를 전면 개조할 필요가 있다. 해안이 제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과거와 같은 소출에의 확신도 불가능하다. 또한 사고의 책임 소재가 가려짐과 함께 뒤따를 수많은 소송에서 주민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헌신적이 노력이 절실하다.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충남도가 할 일이 많다. 우선 태안반도가 이제 더 이상 양식 위주의 어업을 기반으로 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이는 '해양 충남'으로의 발전계획과도 연관시켜야할 것이다. 대기업의 복구작업도 감독해야 하고 또 힘든 송사를 벌여야 하는 주민들을 적극 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제에 충남도에 이번 태안 사고와 관련한 문제 전반을 완전 복구시까지 총괄할 부서의 신설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전북도는 '새만금개발국'을, 경남도는 '남해안시대 추진본부' 등을 두어 핵심 사항을 심도있게 추진해온 사례 등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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