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를 켜는데 마침 영화 '파파로티'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노래와 함께 영화가 끝나버려 영화 내용은 전혀 모르지만 노래가 머릿속에 맴돌고 아는 부분을 자꾸 흥얼거리게 되어 유튜브에서 그 장면을 찾아보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한 테너 목소리로 행복을 주는 노래를 들으니 지쳐 있던 마음에 힘이 나고 기분도 밝아지는 것 같았다. 이 노래가 주는 행복감에 한참 머물고 싶어 계속 반복해서 듣다 보니 배우가 이 노래를 직접 부르는지, 어떤 내용 뒤에 이 노래가 나오게 되는지 영화가 궁금해졌다. 사실 몇 달 전에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기는 했지만 그때는 별 관심도 없이 스쳐 지났는데 문득 영화가 궁금해지고 나니 극장의 큰 스크린과 빵빵한 오디오로 감상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요즘 케이블에서 종종 방영되는 영화라기에 방송편성표에서 찾아 며칠 후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인 테너 김호중의 삶을 모티브로 창작한 것으로 자기를 키워주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조폭 밑에서 자라게 된 이장호는 깡패의 삶을 살면서도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성악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 퇴학도 당하지만 새로 옮겨온 학교에서 음악교사 나상진을 만나게 되면서 진정한 음악가로 성장하게 되는 내용이다. '파파로티'는 장호가 동경해온 파바로티 이름을 잘못 발음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스승과 제자가 노래에 대한 열정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처럼 깊은 사랑과 신뢰를 쌓게 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영화에는 푸치니의 오페라 두 곡도 나오는데, 하나는 '별은 빛나건만'으로 장호가 나상진 앞에서 처음 노래를 불러보게 되는 장면에서 들려주는 곡이다. 장호의 노래를 듣는 순간 나상진은 그의 천부적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못 이룬 꿈을 장호에게 걸게 된다. 다른 하나는 '네순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인데 콩쿠르 장에 오는 도중 깡패들에게 붙잡힌 장호가 우여곡절 끝에 무대에 올라 부르는 곡이다. 이 장면은 얻어맞으면서도 주먹을 쓰지 않고 노래를 부르려고 배를 가렸다고 울먹이듯이 장호가 어둠에 연결된 고리를 끊어내는 마지막 시련을 견딤으로써 진정한 음악가로 거듭나는 클라이맥스가 된다.

이 가을 우연히 스치듯 듣게 된 노래 하나에 이끌려 영화 속을 거닐다 거기 오페라 곁을 서성이게 된다. 영화 속의 푸치니의 노래에 감동을 더해주는 것은 분명 실제 노래를 부른 테너 강요셉의 목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자기는 '똥'이 아니라고 울부짖던 장호가 '별은 빛나건만'을 토해낼 때의 비장한 표정과 '네순도르마'의 마지막 '빈체로~'를 부를 때 그의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 또한 그 감동에서 떼어낼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들은 자꾸 영화장면과 함께 ost로 듣게 된다.



/황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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