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 '행복교육' 슬로건들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 대선 때도 그것은 대표적인 교육공약이었고, 새 정부 출범 후 교육부나 각 시·도교육청들도 그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내년 6·4지방선거의 교육감 후보들도 아마 너도나도 '행복교육'의 구호들을 앞세울 것이다. 그런데 '행복교육' 이름만 내걸면 다 같은 것일까. 아니다. 그것이 난무하는 때일수록 '짝퉁'과 진품을 가려 볼 줄 알아야 한다. 첫째, "내일 행복하기 위해 오늘은 참아라"는 것은 짝퉁, "지금 당장 행복하라"는 것이 진품이다.

행복은 저축했다가 찾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현재형- Here & Now 누려야 한다. 고생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가 행복이라면서 아이들의 당면한 고통을 외면하는 교육은 짝퉁이다. 둘째, '경쟁'을 강조하면 짝퉁, '협력'을 중시하는 행복교육이 진품이다. 정글이든 사회든, 생명을 가진 존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은 것이 경쟁이라는 '경쟁숙명론'이 있다. 여기에 경쟁은 동기를 유발하고 적절한 긴장과 활력을 줘 생산성을 높인다는 '경쟁미덕론', '경쟁예찬론'도 있다.

그러나 경쟁은 근대 산업사회의 자본주의가 낳은 '거짓된 이데올로기'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경쟁이 긍정적인 에너지보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더 만들고, 공동체의 화합과 단결을 깨뜨리며, 심지어는 생산성조차 협력의 경우보다 높지 않다는 주장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셋째, '공부를 잘 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짝퉁, 공부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다.

공부를 잘 하라고 다그치다 보면, 아이들은 설혹 잘 하게 되더라도 더욱 넌더리를 내고 만다. 그러나 공부를 좋아하게 만들면 잘하는 건 저절로 된다. 넷째, '전통적 학력관'을 내세우며 문제풀이만 시키면 짝퉁, 상상력·탐구력·창의력·사고력 등의 '미래형 학력'을 길러주는 것이 진짜다. 3R(쓰기,읽기,셈하기) 위주의 낡은 학력관에 집착하다 보면 지식정보화사회의 '핵심역량(7C)'들은 길러질 여지조차 없어진다. 다섯째, '베스트원, 넘버원'이 되라는 행복교육은 짝퉁, '온리원'이 되라는 행복교육이 진짜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오로지 '1등 지상주의'로 내달아 왔다. "역사는 1등만 기억한다"면서 누구나 노력만 하면 넘버원이 될 수 있다는 듯이. 그러나 정말 아무나 Top이 되고, 그에게 행복은 보장되던가. 천만의 말씀이다. 하지만 누구나 될 수 있고, 되면 영원히 행복한 1등도 있다. 온리원이다. 세상에 둘도 없고 비교 대상도 없는 특별한 존재. 오직 독특한 개성으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존재. 그래서 누구나 온리원이 돼서 행복하라는 것이 진품 행복교육이다. 그러고 보면, 진정한 행복교육은 '오늘의 배움이 즐거워, 내일이 기다려지는 교육'이 아닐까.



/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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