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버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버지니아공대 총기사건의 범인인 조승희가 자신의 범행에 대해 밝히는 영상물과 사진, 성명서 등을 미국의 방송사에 보낸 것으로 공개돼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씨가 우편물을 보낸 것이 드러남으로써 조씨의 범행동기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 뿐 만아니라 조씨의 범행이 우발적인 게 아니라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것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 언제 보냈나 = nbc 방송은 조씨가 보낸 우편물을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17일 오후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또 우편물에는 버지니아 우체국이 16일 오전 9시1분에 접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는 것.

이에따라 조씨는 기숙사에서 여학생 2명을 살해한 최초 범행 이후 1시간 45분정도가 지나서, 또 노리스홀에서 30명의 학생을 사살하기 전에 우편물을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1차 범행과 2차 범행 사이에 2시간 정도 시간차가 있었던 것에 대한 의혹이 이로써 해소됐다.

조씨는 우편물 봉투에 반송주소도 적었으며 보내는 사람은 자기 이름으로 적지 않고 '이스마엘'로 적었다. 조씨가 자살한 뒤 조씨의 팔뚝에서 '이스마엘의 도끼'라고 글귀가 적혀 있었다는 점에서 조씨가 직접 붙인 것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편물에는 무엇이 담겨있나 = 우편물 속에는 1천800자 분량의 선언문 형태의 성명서와 퀵타임 비디오파일 27개로 된 10분 분량의 dvd 녹화물, 43장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고 nbc측은 밝혔다.

nbc에 따르면 조씨는 성명서와 영상물에서 세상에 대한 분노와 분개, 부자들에 대한 적개심, 평등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며 자신의 범행'결단'을 설명하고 합리화했다.

dvd 영상물의 경우 자신이 카메라에 대고 직접 얘기하는 형태로 '셀프카메라'를 찍어 만들었으며 43장의 사진 가운데 처음 두 장은 보통의 대학생들처럼 웃는 모습을 담았으나 나머지 41장에는 '전사적 이미지'를 잔뜩 강조한 단호한 표정을 담았다.

심지어 범행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권총을 겨누는 섬뜩한 사진도 포함돼 있다.

알카에다 등 자살테러범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들의 범행동기를 밝히고 정당화하는 수법을 전형적으로 모방한 셈.

◇영상물.사진은 언제 찍었나 = nbc에 전달된 내용만으로는 조씨가 영상물과 사진을 언제 찍었는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dvd 영상물의 경우 조씨가 여러 차례 카메라를 끄기 위해 몸을 기울이는 모습도 드러나고 때로는 부드러운 목소리, 때로는 단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1차 범행직후 급하게 제작한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조씨는 5주 전에 권총을 구입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다는 점에서 영상물과 사진도 이에 준하는 기간에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왜 보냈나 =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기 위한 게 우선적인 목적으로 분석된다. 조씨는 그동안 극히 폐쇄적이고, 내성적이며, 외톨이로 지냈다는 점에서 사회에 대한 부적응이나 불만이 가장 큰 범행 동기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치장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조씨의 주변 사람들 증언에 따르면 조씨는 자신을 '물음표'라고 지칭하는 등 각종 기이한 행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소영웅주의적 행동으로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조씨가 성명서에서 부자, 기독교에 대한 악담을 퍼붓고 특히 쾌락주의에 대해 경고하고 보복을 선언한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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