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은 25개의 학교를 지을 수 있는 부지에 단일 의사당 건물로는 동양 최대라는 평을 듣고 있다. 현대식 건축양식에 한국 전통미를 살려 건축했다. 국회의사당 돔은 밑지름이 64미터이고 무게가 1000톤이나 될 정도로 육중하다. 이는 회백색의 처마와 파라펫, 높직한 기단과 8각 기둥의 24개 각주가 받쳐주고 있다. 높이 32.5m인 24개의 각주는 24절기를 상징하며 전면 기둥 8개는 우리나라 전국 8도를 상징한다. 의사당을 둘러싸고 있는 기둥 24개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뜻하며 '돔'지붕은 국민의 의견들이 찬반토론을 거쳐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진다는 의회민주정치의 본질을 상징한다. 이렇듯 아름다운 민의의 전당을 팽개치고 막강한 공당이 101일간이나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장외 투쟁을 했다.

하지만 천막이 있다는 사실이라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입법, 재정활동, 행정부견제, 의회외교활동을 하는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가 음산한 겨울날씨만큼이나 냉기가 서려있다. 현재 우리 정치권은 지속된 경기부진 속에서 대다수 국민이 겪고 있는 민생고를 덜어주고 경제적 번영을 통한 진정한 국민복지 향상과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일은 안중에도 없는 듯 과거 지향적 경쟁에 매몰돼 있다. 더욱이 중국의 굴기가 갈수록 동아시아지역의 세력판도를 거칠게 흔들어대고 있지 않은가.

머지않아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무너뜨리고 중국이 패권을 행사하는 새 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미일동맹 강화 등 다양한 정칟경제·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굴기를 저지하고 나섰다. 최근 존재감이 없던 일본도 미국이 펼치는 방어전에서 선봉 역할을 자임하며 부산을 떨고 있다. 6·25 이래 우리 안보와 성장에 절대적 공헌을 해 온 미국이 대중국 포위망에의 가담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역시 한국의 최대 교역국임을 은근히 떠올리며 알아서 하라는 투다. 북한은 우리에게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국론분열을 획책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사면초가에 처해 있는데 우리 지도자들은 1년 넘게 이념투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이제라도 국민의 대변자답게 이성을 찾고 뒤를 돌아보라. 미래를 내다보며 맡은바 본분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의원 전부 총사퇴하고 다시 한 번 심판하는 게 어떠냐고 말하는 분도 있다.

이 말이 들리지 않는가. 의원들이 이곳에서 국정을 가다듬고 사색을 하라는 뜻을 담아 '의원동산'이라 하지 않았는가. 국민의 소리를 듣고, 섬기라는 준엄한 의미를 되새기며 언제나 국민을 바라보고 귀 기울이며 국정을 수행하는 아름다운 선량들을 보고 싶다.



/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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