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즐겁고 행복한 일들 중 대부분이 내가 몸담고 있는 성덕원 가족들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나름 뿌듯했다. 1월과 9월엔 설과 추석을 맞아 생활인과 종사자 모두가 합심해 만두와 송편도 빚고 전도 부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설 당일에는 젊은 생활인들이 나이 드신 생활인들에게 세배를 올리며 설의 의미를 되새겼다. 추석 당일에는 윷놀이와 팔씨름 등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민속놀이를 함께 즐김으로써 원가족(family of origin)과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5월 가정의 달에는 생활인과 종사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애를 선물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10월에는 겨우내 먹을 김장김치 3000여 포기를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성덕원 가족 모두가 합심, 3일에 걸친 대장정 끝에 멋지게 마무리했다. 이처럼 특별히 언급한 일들 이외에도 우리 성덕원 가족들과 함께한 2013년 매일매일은 말대로 다사다락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이 모든 즐거움들은 지난해 성덕원의 원장으로 부임해 멋모르고 지냈던 1년과 달리 올해는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절실히 깨닫는 한 해를 보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성덕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90명 남짓의 남녀 생활인들과 한 식구가 돼 동고동락하는 가운데 내가 그분들의 가장이 돼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에도 항상 고맙다며 격려해준 덕분이다. 출생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를 뿐 아니라 나이도 20대 후반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이들이 아침·저녁으로 내가 출퇴근할 때 반갑게 맞으며 인사는 물론 내 손을 정답게 꼭 잡아줬다.
그들의 진심이 그 손을 통해 내 맘 깊숙한 곳까지 전해졌으며 그 무한 신뢰가 내 역할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원동력이 돼 줬다. 요즘같이 개인주의가 만연된 사회풍토에서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풍경일 것이다. 특히, 제 각각의 아픔을 간직하고 계신 분들의 마음써줌이라 그 느낌이 더 남달랐다.
한 해를 보내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이즈음에 내가 우리 생활인분들에게 이런 환대를 받을 만한 일들을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이전보다 더 투철한 책임감을 마음에 새기며 다사다락했던 2013년을 떠나보낸다.
/민병석 성덕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