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아쉬워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지방자치단체는 자치단체대로, 기업과 가정은 그 나름대로 흡족함 보다는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이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내일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한달만 지나면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2014년은 제6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한다.

온 국민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하나 하나 이뤄갈 것으로 기대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지난 휴일에는 연일 영하로 치닫는 기온으로 추위에 움츠러드는 입맛을 돋우려고 서리태 등 여러 잡곡과 파프리카 같은 싱싱한 야채들에 구미가 당겨 육거리 재래시장에 들렀다. 그런데 썰렁한 재래시장의 좌판 위 생선은 꽁꽁 얼어붙고 과일은 폐기처분 되거나 살얼음 든 채 진열대에서 오종종 떨고 있다. 천막을 치고 난로를 피워보지만 영하로 치닫는 수은주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대조적 풍경이었다. 재래시장은 우리 민족 고유의 풍습과 정취를 간직한 공간이다.

삶이 막막하거나 막연할 때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생생하게 펼쳐지는 재래시장에 가보면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이에 비하면 온열기로 추위를 달래주는 대형마트는 에누리도 덤도 떨이도 없다. 원 플러스 원이 있긴 하지만 오고가는 소통방식의 에누리를 따라 잡지 못한다. 하여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재래시장을 활성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점포에 입점한 상인들은 피해가 덜하다.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 얼마 안 되는 푸성귀와 양념 등을 놓고 좀처럼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노점상의 모습이 눈물겹다. 꽁꽁 얼어 곱은 손으로 쪽파를 까고 나물을 다듬으면서 "애기엄마, 많이 줄게. 이것 좀 사가. 너무 추워. 얼른 팔고 들어가야지 더 있다가는 얼어 죽겠어" 하며 지나치는 행인들을 불러보지만 잔뜩 웅크린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할 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불평과 불만이 얼마나 사치이고 오만이었는가를 반성하게 된다. 재래시장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 돼야 모두가 잘 살 수 있다.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고 장보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 대형마트에 빼앗긴 상권을 되찾아야 한다. 예전처럼 인파로 북적이는 활기찬 시장을 상상하는 일은 즐겁다. 재래시장에서 사람 기다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도지사님은 육거리 시장의 칼국수를 좋아하셔서 가끔 들르신단다.

내심 놀랍고 가슴에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우리의 풍성한 식탁은 농업인의 희생 위에 마련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재래시장에서 체감되는 온도가 곧 지역경제의 현주소임은 지역경제의 뿌리가 바로 재래시장이기 때문이다. 오늘만큼은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재래시장에서 에누리의 맛을 음미해 보면 어떨까 싶다.



/김정열 충북도청 식품의약품안전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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