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나이를 잊고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 부른다. 이들은 스스로 실제 나이보다 5~10년 젊다고 생각하며 생산의 주체로 기여하고 싶어한다. 건강과 외모 관리에 관심이 많고 소비와 여가 생활을 적극 즐기는가 하면 자기계발이나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높다. 이런 점들이 수동적이며 사회적 약자라는 느낌이 강했던 기존의 '실버시대'와 구별된다.

이미 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았고 여전히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풍기는 여유와 당당함이 살아있다. 교육적 혜택을 누린 새로운 노년층은 매우 똑똑해 학구열도 높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따르면 올해 등록생 중 60~77세(3073명) 비중이 2007년에 비해 3배가 늘었다고 한다. 든든한 재력도 달라진 특징이다. 소득 상위 20% 중 60대 이상 가구주 가구의 평균소득이 가장 높다.

또 50대 이상은 인구 증가에 따라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총인구 중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14%를 넘어섰다. SNS 사용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여서 가족 단체창을 만들고 손자와도 카톡으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한국교직원신문). 이에 따라 노년층을 더 이상 국가가 돌봐야 할 '복지' 대상으로 국한하지 말고 새로운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렇게 역동적으로 활동한다 해도 그것이 오직 자신의 소유욕만을 위한 노력이라면 힘들여서 성취한 것이 별 거 아니라는 허무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커다란 허탈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젊어서는 몰라서 그랬다손치더라도 이제 은퇴해서까지 그런 마음으로 그 시간을 채운다면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여유와 당당함이 다 부질없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0.7 곱하기 인생' 이라는 나이 계산법이 있다. 현재 나이에 0.7을 곱한 값이 실생활에서의 진짜 나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60세의 경우 과거 42세와 건강이나 의식 수준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나이만 0.7만큼 젊게 사는 것이 아니라 욕심도 그만큼 줄였으면 좋겠다. 가장 먼저는 먹는 것부터 0.7만큼만 먹으면 어떨까? 인간의 원초적이고 거절하기 어려운 식욕을 절제하기 위해 위장을 조금 덜 채우고 숟가락을 놓아보자. 그렇게나 많이 먹는다고 인간이 흉보는 돼지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위장의 0.7만 채운다는데... 이것을 실천한다면 다른 것들은 훨씬 실천하기 쉬울 것 같다.

좋아하는 운동도 지나치게 하면 병이 나고 사람과의 만남도 지나치면 다툼이 일어난다. 계영배(戒盈杯)라 해 0.7만 채우도록 만든 술잔도 있다고 한다. 젊은 날의 자랑도, 사회에 대한 비난과 다른 이에 대한 시기와 질투도, 특히 잔소리는 철저하게 0.7만... 아, 그런데 이게 죽을 때까지 되려나 모르겠다. 그러니 말도 0.7만 하고 글도 0.7만큼만 써야겠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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